"신천지 해체하자? 극도의 혐오가 우려스럽다"

[안종주의 안전 사회] 신천지 해체 청원은 코로나19가 일깨운 ‘극혐’

코로나19 환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사망도 잇따르면서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과 국내 확산의 배경이 된 신천지교회에 대한 혐오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23일 신천지예수교회를 강제로 해체해야 한다는, 극도의 혐오를 보인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청원 시작 하루 만인 23일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종교의 자유와 직결된 것으로 청원을 둘러싸고 종교계 내부는 물론이고 시민 간 의견이 날카롭게 부딪치면서 우리 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 교인과 일부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혐오는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가 두 차례에 걸쳐 1천 명가량 참석한 대구신천지교회 예배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본격화하 했다. 그리고 23일 국내 누적 확진환자가 6백 명을 넘어서면서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마침내 신천지예수교회 강제 해체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많은 시민들이 동의의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원자는 “신천지는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일반 기독교, 개신교 등 타 종교의 신도들을 비하하고 심지어 폭력까지 저질렀다.”며 “"무차별적, 반인륜적 포교 행위와 교주 한 사람만을 위해 비정상적 종교를 유지하는 행위는 정상적 종교라 볼 수 없고 국민 대다수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며 강제 해체 청원의 이유를 밝혔다.

청원자는 또 “신천지 대구교회 발 코로나19의 대구·경북지역 감염 역시 신천지의 비윤리적 교리와 불성실한 협조 때문”이라며 “언론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에)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하라' 등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는 지시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슈퍼전파 공간 확인 뒤 혐오 본격화

청원 이유를 보면 청원자는 그동안 신천지의 포교 활동 등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으며 이 교회의 교리 등에 대해서도 비윤리적으로 보는 등 사실상 신천지를 ‘사이비’ 교회로 생각해온 기독교인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해 평소에 가지고 있던 혐오가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신천지교회로 드러나자 이를 계기로 강제 해체와 같은 극단적인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청원에 앞서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혐오는 이미 31번 환자가 발견되면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31번 환자를 계기로 대구 신천지 교회가 슈퍼전파가 일어난 공간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병원감염이 현실이 된 청도대남병원 사태도 신천지 교회와 관련이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신천지교회 혐오가 본격화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일부 집단만을 겨냥한 혐오를 강화하는 건 사태 대응에 도움이 안 되고 감염 예방에 어려움을 더 가중한다는 지적(<프레시안> 2월21일자 ‘신천지 혐오? 할수록 그들은 더 지하로 숨을 것-"중국인 봉쇄·신천지 혐오...'코로나' 대응 더 어렵게 한다.")이 있었다. 또 슈퍼전파자는 가해자가 아니라 외려 피해자이며 슈퍼전파 사건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하지만 슈퍼전파자를 너무 욕하지는 말자는 주장(<프레시안> 2월20일자 ‘슈퍼전파는 막되, 환자 혐오는 그만!’) 등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혐오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때다.

혐오 우려 칼럼에 ‘벌레’ ‘좀비’ 등 ‘극혐’ 댓글 마구 쏟아내

하지만 이들 칼럼을 본 일부 독자들은 외려 극도의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신천지 교인에 대해 ‘병마 뿌리고 다니는 벌레’라거나 ‘좀비 같은 집단’으로 매도했다. “중국인을 향한 혐오는 당연히 매우 부당하고 중지되어야 하지만, 신천지는 처벌이 필요한 반사회적 범죄 집단이다. 중국인을 향한 혐오와 신천지 교인을 향한 혐오를 같은 선상에 놓고 혐오를 중지하라고 촉구하는 게 옳을까?”라며 신천지 교인 혐오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었다.

또 “내가 내는 세금으로 (코로나19를 퍼트리는) 그런 사람을 치료한다는 게 용납이 안 된다.”거나 “특정 종교 관련 환자의 경우 혐오 안 할 수가 없다.”는 댓글도 있었다. “그 슈퍼전파자와 그 교단 사람들 하는 행동이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는 “국내도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 접어 들어 확진자가 80명이 넘게 나오고 있는 판국에 아직도 팔자 좋게 혐오 타령이나 하고 있나?”며 혐오를 당연시하는 주장도 나왔다.

코로나19의 공포가 낳은 혐오는 우리 사회에서 신천지 교회가 처음은 아니다. 우한에서 환자와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요구해온 일부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에 의해 더욱 증폭됐다.

마침내 지난달 23일 코로나19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됐다. 이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과 보수언론·자유한국당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지난 22일까지 한 달간 총 76만1천833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 사상 세 번째로 청원자 수가 많은 것이다. 가장 많은 청원자 수는 지난해 4월부터 한 달간 183만1천900명이 동의한 자유한국당 해산 요청 청원이었다. 이어 2018년 10월부터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에 한 달간 119만2천49명이 동의한 것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유태인 학살, 인종청소 등 혐오가 낳은 반인륜 범죄

특정 종교, 특정 인종, 특정 국가, 특정 지역, 특정 계층 또는 그 관련자에 대한 혐오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극단적인 혐오는 범죄를 부추기고 테러와 집단살인을 유발한다. 우리는 나치 정권에 의한 유태인 학살을 생생한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 발칸반도와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자행된 인종청소 등 제노사이드와 같은 반인륜 범죄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에 대해 신천지 교회에 대한 혐오는 그것들과 비교할 성격이 아니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 어떤 혐오도 대상이 범죄 집단이 아닌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만약 코로나19의 슈퍼전파가 신천지교회가 아니라 천주교 성당이나 기독교 예배당 또는 법당에서 일어났다면 청원자와 그 동조자들은 신천지교회에 하던 것과 똑같이 이들 종교에 대해서도 혐오하고 청와대에 강제 해체하라고 국민청원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이다. 신천지 강제 해체 청원자는 신천지 교회를 반인륜 범죄집단처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기존 종교단체에서는 지금까지 범죄가 없었는가? 대형교회 목사가 성폭력 등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다 옥살이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 경우 그 사람을 단죄했지, 교회 자체를 강제 해체하지는 않았지 않은가.

감염병 확산과 관련한 것이든, 이와는 다른 성격과 관련한 것이든 공동체에서, 국가 간 또는 종교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증폭시키는 그 모든 혐오는 반대한다. 단호히 배척한다. 감염병 예방과 방역, 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 감염병 조기 종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려 감염병 확산을 부채질한다.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을 계기로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혐오의 증상을 보일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지혜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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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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