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혐오보다는 이해, 차별보다는 측은지심을

혐오와 차별은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극심한 공포 또한 국경을 넘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와 일부 정치권의 악의적 선동과 언론의 부적절한 대응은 불안의 불똥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의 시민은 '집 밖은 위험해!', '남도 위험해!'라면서 극도의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로 서로를 겨누고 있다.

결국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속도보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게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과학에 기반한 의료이지만, 소문이 사실을 뒤덮고 있다. 최근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서비스 노동자들이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지난 3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손흥민도 비서구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피하지 못했다. 손흥민이 현지 스포츠 매체와 영상인터뷰 직후 두 차례 기침을 하자, 영상 밑에는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며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낯선 질병이다. 백신 없는 질병은 공포를 부른다. 공포는 쉽게 혐오로 변질된다. 코가 낳은 혐오는 특정 인종과 국가, 지역을 대상으로 옮겨 다닌다. 처음으로 확진자가 나온 중국과 중국인, 중국 교포에 대한 비하와 혐오는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더라도 감염자에 대한 혐오, 차별은 무차별적이다. 무엇보다 혐오와 차별은 질병을 은폐하게 만들어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조차 잃게 만드는 위험한 일이다.

또한 혐오와 차별은 우리를 끊임없이 혐오 차별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환시킨다. 서구인의 비서구인에 대한 불안한 시선에서, 한국인의 이주민에 대한 혐오로서, 이주민의 이주민 중 중국인 또는 조선족에 대한 또 다른 차별로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차별은 끊임없는 분리를 호명한다. 그래서 분리되지 않는 온전한 사람만이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데 분리되지 않는 온전한 사람은 무엇일까? 또한 그것이 가능이나 한 것일까?

결국 혐오는 특정집단을 병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부정적 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되어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돌리는 혐오표현은 합리적 대처를 늦출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오를 선동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혐오와 차별은 불안과 폭력을 숙주로 살아간다. 결국 혐오와 차별은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혐오와 차별의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차분하되 더욱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제공하는 방역체계를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예방에 집중함과 동시에 감염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할 때 사태는 하루 빨리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코로나19로 아파하고 힘들게 투병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쾌유를 위한 너그러운 격려의 마음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혐오보다는 측은지심이 차별보다는 이해가 익숙했으니까!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대구경북차별금지법 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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