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한민국, 지금 세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돼"

진중권, 안철수에 조언 "최선의 정책은 정직"

안철수 전 의원이 9일 신당 명칭을 '국민당'으로 확정하고 창당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당의 상징 색은 주황색으로 정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국민당 창당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새로 시작하는 국민당을 편견 없이 바라봐주시길 호소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기인 대회에는 안 전 의원과 권은희·김수민·권은희·이태규·신용현·김중로·김삼화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안 전 의원은 먼저 과거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두 당에) 기대와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기대와 사랑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 다시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제 부족함으로 많은 실망감을 안겨드린 것을 통감한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받는 것처럼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세가지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돼있다"며 △세금 도둑질 바이러스 △진영정치 바이러스 △국가주의 바이러스를 언급했다. 이어 "우리 국민당이 하고자 하는 일은 이 세가지 바이러스를 잡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세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민주주의의 위기는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위기"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거짓과 위선의 진원지가 바로 정부여당과 청와대"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데 조그만 보탬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저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귀국했다"며 "국민세금으로 자기 정치조직을 먹여 살리는 일에만 관심 있는 감염된 정치세력을 무찔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것만이 우리 대한민국을 심각한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다. 험난하고 거칠지라도 이 길이 옳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국민당은 '안철수 신당'이라는 명칭을 당명으로 확정하려 했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명 사용을 불허하면서 '국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안 전 의원은 "지금 정부가 삼권분립에 대한 개념이 없지 않냐"며 "입법부나 행정부를 동등한 위치에서 보는게 아니라 거의 주종관계에서 명령을 내리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법을 그렇게 해석하는게 맞는지에 대해선 아마 시간이 지나면 따져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한 당에서 함께 노력했던 분이니까 그 분이 어떤 길을 선택하시든 뜻하는 대로 잘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저희는 실용적 중도의 길, 올바른 길이지만 올바르게 사는 게 어려운 게 아니냐. 그렇지만 올바른 길이기에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조민 때문에 떨어진 자기 자식이 어디에 속했을까… 피해자가 가해자 편 드는 게 가장 마음 아파"

이날 행사에는 연일 진보 진영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초청강연을 했다. 진 전 교수는 "정치가 사람들을 이성이 없는 좀비, 윤리를 잃어버린 깡패를 만들고 있다"며 운을 뗐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정국'을 거치며 겪은 사회적 변화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유권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바꾸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예전에는 자신을 탓할지언정 진보든 보수든 도덕의 기준은 부정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기준을 아예 바꿔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행사에 참석한 안 전 의원을 향해 "판단이 어려울 때는 원칙을 지켜라. 최선의 정책은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이 청문회에서 '나는 사회주의자'라는 말을 했는데 그 생각이 계속 난다. 제가…."라며 감정이 북받친 듯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나이가 드니 화가 나면 눈물이 난다"며 "사회주의는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까지 이야기하는 평등주의 사상인데, 그렇게 살아놓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이념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사태에서 제가 가장 가슴 아픈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편을 든다는 것"이라며 "거짓말 하고 부당한 이익이 있는 곳에서 누군가 손해를 보는데,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겠냐"고 했다. 이어 "그 사람들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측인에 그들이 가해자를 옹호한다"며 "조민 학생 때문에 누군가는 떨어졌을 텐데 자기 자식이 어디에 속하겠냐. 99.9%는 후자(손해를 보는 쪽)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여러분의 정치가 무엇인지 저는 모른다. 여러분이 저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인 것 같다"며 웃은 뒤 "다 달라도 우리가 합의해야 할 것은 바로 공정, 정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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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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