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님, 반성없이 평등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을 둔 정의당 장혜영 감독의 비판

"이해찬 대표님 진정한 반성이 없는 한, 차별의 현실은 결코 평등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발달장애인 동생과 살아가는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장이 연이은 장애·이주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발언으로 문제가 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장 위원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는 그저 장애일 뿐, 누군가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바로 그 이유로 의지가 강하거나 약한 존재가 되지 않는다"며 "장애를 가졌다는 것이 곧바로 그가 아주 불행한 삶을 살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아주 훌륭한 삶을 살았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18년간 장애인수용시설에서 살아야 했던 발달장애인 동생이 수용시설에서 나와 언니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찍은 감독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어른이되면> 갈무리


앞서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나오니까 의지가 좀 약하다"며 "이제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것에 대한 꿈이 있어서 그분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를 심리학자한테도 들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본 왜곡된 시선에서 기인한 것이다.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과 달리 '정상의 삶'을 살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구별짓는 차별적인 발언이다.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저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 방송에서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한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며 "이런 인용 자체가 많은 장애인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고 사과했으나 '인용'이 문제가 됐다는 이 대표의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장 위원장은 이 대표가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인용이 아니라 대표님의 인식"이라며 "인용을 잘못하신 것에 대해 사과하실 일이 아니라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인격적 존재로 생각하지 못한 채 신념화된 차별을 반복적 언행으로 드러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어 "그렇지 않으면 대표님은 언제라도 비슷한 차별과 비슷한 해명을 반복하며 장애를 가진 시민과 그 가족들, 나아가 평등의 가치를 믿는 우리 사회의 모든 시민들을 또다시 상처입히고 분노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올라간 민주당의 영상이 '편집영상'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의 인권감수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모든 더불어민주당의 구성원들이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 그러나 그것이 그 몇몇 당원들의 인식에 그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재작년 12월 28일 전국 장애인 당원들이 모인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던 도중 이 대표는"신체장애인들보다도 더 한심한 사람들",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는 식의 장애혐오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장 위원장은 "그 때도 발언이 문제가 되자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을 내놓으셨지만 본인이 하신 발언의 문제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핑계에 불과한 사과문을 내고 장애계로부터 비판을 받으셨으며, 결국 인권위에 진정을 당하셨다"며 "부디 그 일을 통해 나중에라도 내면의 차별의식을 깨닫고 개선을 도모하실 것을 바랐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대표님은 그 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모범을 보이시기는 커녕 온몸으로 ‘차별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스스로를 뼈아프게 돌아보시기를 바란다"며 "대표님이 지금까지 해오신 스스로의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발언을 전부 하나하나 되돌아보며 그 잘못을 깨닫고 구체적으로 각각의 차별들에 대해 사과를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전날 이 대표를 비판하기위해 낸 논평에서도 장애혐오 발언을 사용한 것을 인용하면서 장 위원장은 "비단 더불어민주당만의 문제일까"라고 반문하며 "언제까지 시민들이 정치권에서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발언과 진정성 없는 핑계에 불과한 해명을 들어야 할까"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장애가 아니라 차별이라는 장애인권운동의 간명한 외침이 21대 국회에서는 크게 울려퍼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성명을 내고 "계속되는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차별 발언은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로 장애인들에게 탄식을 자아낸다"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0만 장애인에게 즉각 사과하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형식적인 장애인인권교육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을 받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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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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