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최악의 선거' 될 수도

[최창렬 칼럼] 보수통합의 전제가 분명해야 한다

선거 승패는 여러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정치적 상황과 인물, 구도 등이 기본 구성요소다. 물론 정책 및 공약,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돌출하는 이슈 등도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인자들의 조합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어느 정당이 민심을 얻느냐로 귀결되며 승패는 예상을 빗나갈 때가 다반사다. 그래서 집단지성에 의한 선거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대체로 대통령 선거가 전망적 투표의 성격을, 총선거는 회고적 투표의 성향을 띤다고 한다. 대선은 미래를 잘 이끌 지도자를 뽑는 데 방점이 있고, 국회의원 선거는 지난 4년 간의 정책과 정권에 대한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21대 총선은 정권 심판론이 대두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는 4월 선거가 정권 심판론보다는 야당 심판론의 프레임이 더 우세할 것이라는 결과가 많다. 물론 앞으로도 시간이 꽤 남았기 때문에 쉽사리 예단할 수는 없다.

집권 4년차 선거에서 야당 심판론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난 한 해 보여줬던 정치 행태 때문이다. 정치의 본령이 실종된 극단과 진영 정치의 책임에서 정치권이 자유롭지 않지만 한국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당내에서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해 조국 사태 때 양 진영으로 갈라진 대결구도에서 나타났던 한국당의 삭발, 단식 등의 강경노선과 장외투쟁으로 인한 정치실종 강화,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통과 과정에서 보여줬던 저효율의 정치 등이 원인을 제공했다. 조국 사태 때의 투쟁 방식이 핵심 지지층의 결집이란 면에서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의 강고한 투쟁 일변의 정치적 퇴행이 반정치주의를 결과하고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우세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한국당은 극우적 주장과 논리와 상식의 영역을 벗어난 구호를 일삼는 태극기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에 편승해 세력을 불려왔다. 나아가 극우종교인과의 연대를 통해 지지를 확산하려는 반민주와 시대착오적 퇴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이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보다도 낮은 이유이다. 문 대통령에 비판적인 유권자조차 한국당을 지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선거 때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변곡점의 여러 국면이 있겠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때 선거보다도 '통합'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입장에서 야당 심판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열되어 있는 보수진영을 하나로 묶고 이른바 보수 빅텐트를 통한 통합이 절실하다.

그러나 선거지형을 바꾸기 위한 보수통합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보수진영이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보수당, 안철수 전 대표 등과 통합을 모색하고 있지만 탄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논의는 제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보수통합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형용모순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보수통합을 추진한다면 결국 보수정파 간의 파열음은 불을 보듯이 뻔하기 때문이다. 탄핵에 찬성하여 2017년 탈당하여 만든 바른정당이 2018년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통합하여 바른미래당을 창당하고, 다시 지난 5일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유승민 주축의 세력이 새보수당을 만들었다. 보수의 분열은 결국 탄핵에 대한 입장 차이에 기인한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명징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보수통합 자체가 이율배반을 결과할 수밖에 없다.

18세 유권자 50만 명이 유입됐지만 2030 세대의 한국당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한다.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정치적 꼼수와 편법이 동원될지 알 수 없으나 이는 시민의 정치의식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샤츠슈나이더라는 정치학자는 '그 나라의 정치체제는 유권자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비례위성정당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시민들의 정치의식은 성숙하다.

21대 총선이 현 정권의 집권 이후의 행적을 평가하고 향후 정치복원의 계기가 되려면 한국당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한국당의 협상 부재의 정치력과 수구와 극우에 기대어 시대정신을 망각한 구태가 야당 심판론의 원인이라면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것을 사과하고, 수구세력과 결별해야 한다. 그래야 제1야당의 위상으로 선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최악은 피하고 보자는 '최악'의 선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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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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