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대리자를 동원하지 않고 직접 공격에 나섰고, 이를 신속하게 공개했으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암살된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 시점에서 확전 여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미국이 반격을 가할 경우 "우리는 미국에 있는 당신들에게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또한 CNN은 이란 영토가 공격당할 경우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목표물로 삼을 것으로 이란혁명수비대가 밝혔다고 전했다.
다행히 1월 8일 오전 11시(한국시간)까지는 미국의 반격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미군의 사상자 발생 여부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한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응 방향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일단 이 연설도 취소된 상태이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확전과 전면전의 위험을 품고 있는 현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 본인이다. 그는 솔레이마니 사살을 강행하고는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그가 취한 조치는 결국 전쟁에 방아쇠를 당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는 솔레이마니 암살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나는 이란인들을 깊이 존중한다. 우리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이러한 발언은 이란인들을 더 자극할 뿐이다.
미국은 이란이 핵협정을 잘 지키고 있었는데,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트럼프 행정부는 대놓고 이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급기야 국제법은 물론이고 미국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암살 작전을 강행했다. 이란의 분노 서린 보복의 책임으로부터 트럼프가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트럼프는 먼저 자제부터 선택해야 한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반격 지시를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반격과 이란의 대응이 악순환을 형성하면 확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마땅히 트럼프가 자제를 선택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적절한 냉각기를 거쳐 협상에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미국은 몰염치하게도 우리에게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동맹의 정신'에 따라 파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동맹의 정신'은 이런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쓴소리를 해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다.
미국이 2003년에 이라크 침공을 강행했을 때, 미국의 진정한 친구들이 있었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멕시코 등은 미국의 동참 요구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 자체를 반대했었다. 친구들의 조언을 듣지 않았던 미국은 이라크 전쟁 수렁에서 허덕였고 오늘날 아마겟돈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중동의 상황 역시 이라크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하여 파병 요구 거절은 국제사회의 정의와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제력을 잃기 직전에 있는 미국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