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제재 동참 중러, 안보리서 일부해제 결의안…美압박 충격요법

그동안 완화·해제 말로만 요구하다 북미 긴장 고조속 행동나서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며 '연말 시한'을 제시한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기존 대북제재 가운데 일부에 대한 해제를 담은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전격 제출한 것이다.

◇ 중러, 처음으로 대북제재 해제 결의안 제출…채택 가능성은 난망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완화·해제를 지속해서 촉구해왔지만, 이를 제재 해제 결의안 제출이라는 행동으로 옮긴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향해 일종의 '충격 요법'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에 적극 동조하는 한편 시기적으로 연말 도발 우려가 제기되는 북한을 달래려는 의도도 있는 것이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교소식통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요구한 것은 북한의 수산물 및 섬유 수출 금지와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송환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이다.

초안에는 또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거론하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사안별로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은 허용하고 있으며, 특히 상황 전개에 따라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중러는 이 같은 조항을 근거로 그동안 대북 제재 완화 또는 부분 해제를 요구해왔다. 북한의 연말 도발 가능성에 대응해 미국의 요구로 소집된 지난 11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러는 제재 완화 목소리를 높였다.

중러의 이번 결의안 제출은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 전까지는 기존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부분적인 제재 해제나 완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의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해온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도 대북제재에는 미국만큼이나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의 '교감'하에 대북제재 해제 결의안을 제출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

오히려 미 국무부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대해 중러의 결의안 제출과 관련, "지금은 유엔 안보리가 시기상조(premature)인 제재 완화를 제안하는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도발 고조를 위협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만남을 거부하고 있으며 금지된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향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안보리 회원국들은 북한이 반드시 도발을 피하고,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사항을 준수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일치단결된 목소리로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 타스 통신에 중국과 러시아가 제출한 제재 해제 결의안 초안과 관련, "아직 표결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다"면서 모든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의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북 제재 해제 결의안에 대한 표결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의 채택을 위해서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veto) 행사 없이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기존 대북제재 결의는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 아래 만장일치로 채택돼 왔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제재 해제 결의안 제출은 북미 간 본격적인 대화재개 이후 안보리의 분열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제재 해제 결의안이 표 대결을 통해 부결될 경우 안보리의 분열상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최대압박 전략의 차질이나 약화로 이어질수도 있을 전망이다.

◇중러, 北요구 결의안에 담아…기존 결의는 전방위 대북제재

유엔 안보리가 2017년 8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의 수산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어 같은 해 9월 채택된 2375호에서는 직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 북한의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같은 해 12월에 채택된 2397호에서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노동자)들을 24개월 이내에 송환하도록 했다. 이 결의에 따라 북한의 해외 근로자 송환 시한은 오는 22일이다.

결의안 채택 당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40여 개국에 최소 5만 명, 최대 10만 명을 파견해 달러벌이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결의안 채택 이후 유엔 회원국들이 얼마나 많은 북한 근로자들을 돌려보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북한에는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근로자가 가장 많이 파견된 나라들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없으면 북한 근로자 송환 관련 제재 이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러시아가 결의안에 담은 제재 해제는 북한이 그동안 요구 사항을 일부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핵심 제재를 모두 해제하라는 해석을 낳았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응한 2006년 1718호를 시작으로 1874호(2009년), 2087호·2094호(2013년), 2270호·2321호(2016년), 2356호·2371호·2375호·2397호(2017년) 등 총 10차례의 제재 결의안을 채택해왔다. 다만 앞서 2006년 7월 채택한 1695호는 강제적 제재내용이 없다.

이 같은 제재 결의를 통해 대북제재는 거의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제재 결의는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 공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북한의 '생명선'으로 인식되는 원유 공급도 '연간 400만 배럴'로 제한되고 있다. 원유 관련 콘덴세이트(condensate·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북 수출은 전면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석탄은 물론, 철·철광석·납·납광석·은·동(구리)·니켈·아연 등의 광물과 수산물, 직물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 섬유 수출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북한과의 합작 사업체 설립 금지 및 기존 합작 사업체 폐쇄, 북한 은행의 유엔 회원국 내 지점 및 사무소 개소 금지 및 기존 지점 폐쇄, 북한행(行) 또는 북한발(發) 화물이 육로·해로·항로로 회원국을 지나갈 경우 화물에 대한 전수조사 의무화 등 북한에 대한 제재는 마치 그물망처럼 촘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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