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상정 불발…한국당 반발에 '4+1' 균열까지

개의도 못하고 본회의 무산, 16일 상정도 불투명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정당들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이견 조율에 실패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13일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밝혀 이날 선거법 개정안 상정은 결국 실패했다. 한국당의 의사일정 필리버스터 신청에 이어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법 단일안 도출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임시국회 전망이 안개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오후 한 때 4+1 협의체가 오찬을 겸한 원내대표급 회동을 통해 5개 항에 대해 잠정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회동에 불참한 데다 이후 바른미래당 당권파마저 합의안 거부 의사를 밝혀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잠정안 내용은 이렇다.

①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전체 의석 배분

②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캡(상한선) 적용해 50% 연동형 비례제 적용
③석패율제 6석 적용(권역·전국 적용은 각 당 판단에 따라)
④비례대표는 전국단위로 명부 작성
⑤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은 지난 3개년 평균으로 전환


당초 비례대표 50석 중 20석에만 50% 연동율을 적용하고 석패율제 도입도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민주당 요구보다는 완화된 방안이지만, 다른 야당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정의당 등 야당은 가뜩이나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에 비해 비례대표 의석이 50석으로 크게 줄어든 데다, 여기에 30석에만 연동율을 적용할 경우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이날 오후 잠정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각 당은 자체 의원총회를 열어 논의했지만 '수용 불가'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심상정 대표는 "(캡을 씌우면) 사실상 (연동율이) 30%가 되는 건데 개혁의 취지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막판에 그냥 후려치기로 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정동영 대표도 "(잠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자는 주장이 50% 준연동형제로 찌그러들었는데, 이것을 또 3분의 1 연동제로 하자는 것은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을 그렇게 버리고 누더기로 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의 표시들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관영 의원과 최도자 의원, 주승용 의원, 채의배 의원 등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도 오후에 회의를 가진 뒤 잠정안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김관영 의원은 "30석 캡(비례대표 30석에 한해 50% 연동률 적용) 받기 어렵다고 민주당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4+1 협의체가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민주당도 고민이 깊어졌다. 야당의 불참 속에 수정안을 단독으로 발의하더라도 의결선인 148석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또한 4+1 협의체가 선거법 공조에 실패할 경우, 여권의 관심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야당이 일제히 거부방침을 밝히자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잠정합의안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무산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30석 '캡' 논란과 관련해 "우리당이 운영해 온 비례제도 자체가 위협받는다"며 현행 병립형 비례대표제 부분 유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비례대표 의석 전체에 연동형을 적용하면 직능대표성을 반영한 비례대표 선발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사무총장은 "상한선을 두자는 게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을 잃거나 개혁성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선거법 수정안을 4+1 정당들 합의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30명의 동의를 받아 본회의에 수정안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단독 수정안 발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거듭 "큰 정당이니까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개혁이 아니지 않느냐"며 "단독으로라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과 4+1 협의체의 단일안 도출이 무산되면서 이날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저녁 한민수 국회 대변인을 통해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오늘 오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국당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민생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무제한신청 토론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지금부터 3일 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의장 집무실이라도 내 줄 생각이다. 밤을 새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하라"고 종용했다.

이날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선거법 상정 '디데이'도 주말과 휴일을 거쳐 오는 16일로 미뤄졌다. 문 의장은 다만 "16일 오전에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갖겠다"고 통보하는 한편 "총선 일정을 감안해 공직 선거법이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그 전까지 본회의 개의와 선거법 개정안 상정, 의결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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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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