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한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임박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를 훼손하는 주장을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 관철시키려 해 소수 정당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을 겪고 있다. 정의당은 "4+1 합의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비판하고 있어 4+1 협의체의 단일안 도출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일인 13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당초 25석을 연동하자고 했다가, 30석을 연동하자는 것에서 20석으로 더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강하게 나왔다"고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당초 4+1 협의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50 대 50으로 나누고 연동형 비율을 50% 적용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50% 연동율을 대폭 줄이거나 비례대표 50석 가운데 25석에만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25석에 대해선 현행 병립형 방식으로 선출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정의당 등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의 완강한 방침 탓에 4+1 협의체의 단일안 도출이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민주당이 한발 더 나아가 연동형비례제 적용 의석을 20석으로 줄이는 방안을 공식화한 것이다.
비례대표 20석에만 연동형 비례대표를 적용하는 '캡(상한선)'을 씌우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상 연동율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내는 반면, 비례대표 공천 시 당 지도부의 재량이 관철되는 병립형 비례대표의 몫이 늘어난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 연동형 50%)과 비교해보면, 지역구 의석을 불과 3석 줄이고 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되는 의석도 20석으로 크게 낮춘, '무늬만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되는 셈이다.
또한 민주당에선 선거법 원안에 있는 석패율제 도입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선거법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윤호중 당 사무총장은 '석패율제를 폐지하기로 공식화했냐'는 질문에 "저희는 없앤다"며 "원안의 정신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도 "(선거법 수정안 의석이 본래 225석 대 75석에서) 250석 대 50석으로 달라지다 보니 석폐율제 도입이 의미가 없고 (석패율제가) 중진 살리기 아니냐는 얘기가 굉장히 비판적으로 나왔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정의당은 4+1 협상까지 보이콧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50% 연동비율을 사실상 30%대 수준으로 낮추는 소위 ‘25 대 25 캡’ 상한 방안을 들고 나왔다"며 "원래 합의했던 50% 준연동형 정신을 팽개치고, 정의당을 비롯한 제3당, 제4당이 민심에 따라 획득해야 할 의석수를 대폭 축소하여 자신들의 비례의석을 지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불어 석패율제를 걸고넘어지는 것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경합을 벌이는 지역에서 정의당 출마자의 숫자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나 마찬가지라고 판단된다"며 "민주당이 의석 몇 개에 연연해 4+1 합의를 뿌리째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여야 4당이 합의했던 법안 처리 순서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 원내대변인은 "의결순서를 국민이 원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의원들이 관심이 있는 (선거법을) 하는 게 더 맞는 순서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관련 합의문을 통해 "법안들의 본회의 표결 시에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법 순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던 처리 순서를 바꿔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을 먼저 추진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연동률 적용 의석을 크게 제한하는 등의 방향으로 '4+1 협의체' 잠정안을 유도하는 배경에 자유한국당과의 최종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행 선거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연동율이 20% 정도로 낮아진다면 협상에 임할 수도 있다고 했던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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