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 주범이 북한이라고?

[정욱식 칼럼] 중앙일보의 헛다리짚기 보도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신경전에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헛다리짚기 보도를 내놨다. 12월 3일자 <중앙일보>는 "트럼프 50억달러 따져보니···방위비 20억달러 주범은 북한"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국방부 자료를 인용해 "2014년 23억 6150만 달러이던 주둔비가 2020년 예산안 기준 44억 6420만 달러로 늘어났는데 증액분(21억 달러)의 95%(19억 9200만 달러)를 운영유지비 증가가 차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이 2015년부터 핵‧미사일 도발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이 전략자산과 항공모함 강습단을 수시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으로 대응했던 시점과 일치한다"며, "북한의 도발이 주한미군 주둔비 급증의 주범이었던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한미군 주둔비 가운데 '운영유지비'는 2014년 2억 2610만 달러에서 2016년에는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8년부터는 22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앙일보>는 그 원인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찾은 것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이유

그러나 이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북한의 중거리·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실험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는 2017년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미국은 2018년 주한미군의 운영유지비를 22억 4700만 달러로 책정했다. 통상적으로 전략폭격기 편대의 전개 비용은 20억~30억 원, 항공모함 전단의 전개비용은 400억~500억 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2017년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은 22억 470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최대 전개 횟수 및 비용으로 전략폭격기 편대 10회(최대 300억 원)와 항공모함 전대 5회(최대 2500억 원), 그리고 기타 전략 자산 전개를 합하더라도 총 운영유지비의 1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2018년에 단 한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에 호응하듯 미국의 한반도 전략 자산 전개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2019년 운영유지비로 22억 370만 달러를 책정했다.

이는 미국이 주한미군 운영유지비를 대폭적으로 높게 잡은 데에는 다른 원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틈만 나면 주한미군 비용이 45~50억 달러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펜타곤은 2018년부터 최대한 이 액수에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만으로는 도저히 이 액수에 맞출 수 없었다. 전개 비용을 아무리 많이 잡아도 2억~3억 달러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2억 달러가 넘는 수치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펜타곤이 운영유지비의 정확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그 유력한 원인은 추측해볼 수 있다. 유류비와 같은 전개 비용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운영유지비 역시 주한미군 비용으로 포함시켰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은 2014년 주한미군 운영유지비가 2억 2610만 달러였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2017년을 제외하면 2013년은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가 가장 빈번한 해였다. 그런데도 이를 반영한 2014년 주한미군 운영유지비는 2억 2610만 달러였다. 이는 통상적인 운영유지비를 제외하고 전개 비용만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2018년부터 주한미군 운영유지비가 22억 달러 이상으로 10배 정도 늘어난 데에는 전략 자산의 전개 비용뿐만 아니라 운영유지비 상당 부분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무기 체계의 1년 간 운영유지비에는 획득비의 5% 정도가 소요된다.

한국이 미국에 군사 원조?

<중앙일보>의 헛다리짚기 보도가 유감스러운 이유는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말도 안 되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맞서 힘겨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국내 유력 매체가 '20억 달러는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는 식'의 보도를 내놓으면 우리의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특별조치협정(SMA)에도 없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대라는 것 자체부터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전략자산의 운영유지비까지 달라고 한다. 이 논리에 말려들면 트럼프는 1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핵무기 현대화 비용의 일부도 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며 말이다.

미국은 "한국이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며 대폭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경제력은 한국의 14배이고, 국방비 지출 규모는 18배이다. 이런 미국이 한국에게 사실상 군사 원조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자국 국방비의 일부를 한국에게 전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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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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