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패스트트랙 정국...공수처법이 뭐길래?

민주"백혜련안" vs 바른미래"권은희안"... 한국당, 공수처 원천 반대

검찰 개혁이 '포스트 조국'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검찰개혁의 핵심 화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며 제2의 패스트트랙 정국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기소권은 분리돼야한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과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 결을 달리 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검찰 보다 더한 또 다른 권력기관이 탄생할 수 있다며 원천 반대하고 있다.

지난 16일 여야 교섭단체 3당은 '3+3'(각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 회의체를 만들고 첫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공수처 법안 등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합의안 도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기까지

"1994년 공무원 범죄의 경우 11.7%만 기소되고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처분되었다. 최근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미 혐의를 확보하고서도 명백한 직무유기를 범한 검찰이 부패척결의 공정한 기관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1996년 부패방지법 입법청원)

공수처 신설이 정치권의 화두가 된 것은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문제가 되며 공수처 설치 내용이 담긴 '부패방지법안'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15대 국회의원 151명과 시민 약 2만여 명의 서명과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이 이뤄졌지만 무산됐다.

이후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관련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됐다. 공직부패수사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으로 명칭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내용은 그 이전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며 통과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 설치를 공약하면서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6년 7월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발의를 시작으로 21대 국회에도 공수처 관련 법안이 앞다퉈 발의됐다.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 사법개혁안을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구성됐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대 속에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 4월 29일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채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과 공조했다. 한국당의 물리적인 반대속에 여야4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담은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을 여야 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막판 협상과정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법안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백혜련 의원안(민주당안)과 권은희 의원안(바른미래당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태웠다.

백혜련 안과 권은희 안의 가장 큰 차이 : 공수처의 기소권 여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세부적인 사안에 있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백혜련, 권은희 안은 기소 권한, 공수처장 임명 방식 등에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소 권한이다. 검찰 권력의 핵심이 '기소 독점권'에 있기 때문에 이를 깨는 것이 '검찰 개혁'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문제는 '어떻게 깨느냐', '어떻게 견제하느냐'다.

백혜련 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 이후에 기소권도 갖게 했다. 하지만 권은희 안은 백혜련 안 보다 기소권을 더 제한해 무작위 추첨을 통한 국민들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심의·의결을 거쳐서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공수처는 수사권만 행사하고, 기소권은 국민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에 맡기는 형태다.

다만, 백혜련 안은 기소 대상에 제한을 뒀는데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게 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협상 당시 공수처가 기소권까지 갖게되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바른미래당의 의견에 따라 기소권을 일부 대상으로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시 공수처의 기소권을 확대하고자 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지만 기소 대상에서는 빠진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방안도 국민 여론을 보고 검토하기로 했다.

공수처장 임명 방식에서도 명백한 차이가 드러난다. 백혜련 안은 대통령의 입김이 조금 더 반영되는 구조지만, 권은희 안은 공수처장이 임명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야당의 견제권을 더 보장했다.

백혜련 안은 공수처장추천위원회의 5분의 4 이상 찬성으로 2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구조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 변협회장이 당연직이고 나머지 4명은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반면 권은희 안은 여기에 더 해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가 동의를 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규정했다. 공수처장 임기는 백혜련 안은 3년 단임, 권은희 안은 2년에 한 차례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다.

또 세부적으로는 기구의 이름이 다르다. 백혜련 안에서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처, 권은희 안에서는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처다. 이유는 수사 대상이 되는 범죄가 다르기 때문인데, 백혜련 안은 형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권은희 안은 그 가운데 피의사실 공표나 불법체포와 가혹 행위 등 불법수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뇌물과 직권남용 등 부패범죄에 한정했다.

두 법안 모두 수사 대상은 대동소이하다. 대통령 비롯한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장성급 장교 등이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는 대상이 된다. 다만 권 의원 안은 현재 재직 중인 고위공직자로 대상을 제한한다. 백 의원 안은 현직 및 퇴직 후 2년 내 고위공직자까지 대상을 넓혔다.

한국당이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에 집중하는 이유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옥상옥'이라고 주장하며 원천 반대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공수처에 대한 세부 당론은 없다. 다만 한국당은 검찰 개혁의 또 다른 축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을 견제할 또 다른 기구를 두기보다 검찰의 기능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펼치며, 공수처 반대로 인한 자신들의 부정 여론을 상쇄하겠다는 것.

여야4당도 공수처법과 함께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기 때문에 한국당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집중해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안(채이배 의원 대표발의안)과 한국당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점에서 큰 틀을 공유한다.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에 기소권을 부여한 점도 유사하다.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지만 1차적 통제는 검사의 수사통제 및 기소권 행사를 통해 제한하고, 2차적 통제는 재판을 통해 수사 전반에 이뤄지도록 제도화했다. 한국당은 여기에 수사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요구권'을 부여해 경찰의 수사권을 보다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다만, 두 법안 모두 '특수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 안은 30대 대기업(매출액 100억원 이상)·경찰·4급 이상 공무원 부패범죄·선출직 정치인’에 한해서 직접 수사를 인정했고, 패스트트랙 안은 경찰·검사·공수처 직원·부패범죄·경제금융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 등의 특수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검찰의 특수 수사에 대한 견제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고 했으나 결국 특수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한 셈이 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은 검찰의 힘이 너무 세다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면서 공수처라는 또 다른 괴물을 탄생시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자는 것은 모순이고 자가당착"이라며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안과도 모순되는 논리고 특수부를 폐지하겠다는 논리와도 모순된다"고 민주당의 공수처 도입을 반대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조정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쪽으로 간다면 공수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민주당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고 여지를 열어두면서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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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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