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 일본에 맞서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

[기고] 일본, '통일 한국'의 방해자

약 7,8년 전, 필자는 한일관계와 관련한 한 TV 시사프로그램에서 "만약 독도에서 일본과 전쟁이 벌어진다면 승리할 수 있겠는가? 일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의 언급이 너무 나간 발언이라 간주했는지 해당 프로그램 전체가 방영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일본은 최근 발간된 방위백서에서 유사시 독도 상공에 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내심을 마침내 드러낸 것이다.

야스쿠니신사에 전범을 모시면서 국가의 상징으로서 참배하고 역사에 전혀 반성을 하지 않으면서 지배층이 계속 극우적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일본의 상황은 1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 상황과 유사한 조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독일은 전쟁세력이 철저히 제압되고 해체됐지만, 일본은 호전적 극우세력이 전혀 제압되지 않았다. 그리해 일본은 조건만 갖춰지면 히틀러 나치처럼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의지'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조건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군국주의 방향이 크게 좌절을 겪지 않는 한 그리고 과거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 한, 한국과 일본 양국 간에 건강한 관계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 방향은 곧 한국으로 향하는 것은 필연적 수순이다.

일본, '통일 한국'의 방해자

일본은 최근 북미 교류 및 남북 교류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신들의 입지는 사실상 봉쇄돼 있는 국면을 대단히 불편해했다. 특히 남북한의 화해와 접근 추세, 그리해 최종적인 한반도 통일은 일본이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일본은 '통일 한국'이 일본에 비우호적일 뿐만 아니라 중국 및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의 '균형외교'를 통해 국제적 위상이 급격히 제고되는 반면 자신들의 위상은 크게 하락될 가능성을 대단히 우려한다. 더 이상 현 국면을 방치해서는 자신들이 이대로 '국외자'로서 철저하게 주변화돼버릴 수 있다고 인식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이제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남북 접근을 제어하고 어떻게든 분열된 한반도의 현 상황 유지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한국의 국력, 특히 경제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것이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필연적 논리요 수순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나아가 전후(戰後) 질서에 의해 강제됐던 '평화 국가'의 틀을 벗어버리고 이제 명실상부한 '정상 국가'로서 동아시아의 맹주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 '욱일기'를 휘날리며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했던 '군국주의 일본제국'을 오늘 화려하게 부활시키겠다는 그들만의 꿈이다. 물론 시대착오적이며 실현 불가능한 '몽상'이다.

'일본 시민'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

목표 지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일본의 치밀한 준비성은 잘 알려져 있다. 구한말 시기, 일본은 1876년 강화도 침략을 출발점으로 해 20년 가까이 치밀하게 조선 식민지화를 준비했다. 이후 1894년 경복궁 점령에 이은 '갑오개혁'은 사실상의 친일정권 수립이었으며, 이후 을사늑약을 거쳐 조선의 식민지화는 일본의 각본대로 착착 진행됐다. 앞서 임진왜란 때도 조선 조정이 일본을 터무니없이 얕보면서 밤낮을 당쟁으로 지새웠던 그 시각,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대륙 진출을 결심하고 조선 침략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일각에서 어디까지나 비판 대상은 아베 정권이어야 하며, 일본 시민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물론 부분적인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가 반미운동이나 미국에 대한 비판을 할 때, '미국 시민'을 별도로 분리해 논의한 적은 거의 없었다. 국가와 시민을 굳이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자칫 운동 동력의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외교 정책에 그 국민들은 대부분 지지하고 추종하는 경향이 높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일본 전체 시민들의 진지한 각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본에 다시는 일본에 패배하지 않기 위해 남북협력이 필요하다


다시 일본에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남북협력이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남북통일이 필요하다. 지금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정책과 입장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군국주의 방향은 필연적으로 한반도를 지향한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일본의 극우 정치세력에 맞서고 그리해 일본 군국주의 발호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우선 도쿄올림픽 욱일기 응원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대응하는 것은 향후 보다 확대, 심화된 남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도 다음 단계 과제로 실행돼야 한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협력을 통해 남북통일의 길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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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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