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박근혜, 결국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노동계, 대법원의 이재용 부회장 2심 파기환송 결정 환영

노동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대법원 판결을 두고 "'서민유죄-재벌무죄' 관행을 깨뜨렸다"고 환영했다.

29일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이하 실천단)은 대법원 국정농단 전원합의체 판결 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재벌총수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뒤 2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으로 낮춰 선고하는 악습인 이른바 '3‧5법칙'을 깨뜨렸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하고,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 있었음을 분명히 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재벌총수가 법 위에 군림하며 대를 이어 우리 사회 부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는데도 헌법 어디에도 없는 '경영권'이라는 정체불명의 권리를 들이대며 자본 권력을 물신화하던 법원 판결 풍조에 이번 대법원 판결이 경종을 울린 셈"이라며 "법원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영 세습을 위해 회계 조작과 뇌물 수수를 저지르고, 기업 이익을 위해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해쳐도 묵인하고 넘어가던 관행을 깰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실천단은 지난 26일부터 3박 4일간 대법원 앞에서 '이재용 재구속 촉구' 농성과 동시에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과 인권 유린, 노조 파괴 등을 알리는 선전전을 전국 각지에서 진행했다.

▲29일 대법원 전원회의체 판결 후 서울시 서초구 서리풀 문화광장에서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2심은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제공한 말 세 필이 '승계 작업에 대한 대가가 아니었다'고 판단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에 포괄적 현안으로 '승계 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이태환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된 뇌물죄가 이재용에게는 인정되지 않았던 2심을 보며 대통령보다 더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권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판결이 사법정의 실현과 재벌개혁의 신호탄이 될 역사적인 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이재용 구속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가 구속됐을 때 삼성이 더 잘 나갔다는 걸 명확하게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심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던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작업에 대해 명확하게 법적으로 인정했다"며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사법정의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동명이인인 '삼성 해고노동자 이재용 씨는 "국정농단 범죄 외에도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른 장본인이 바로 이재용"이라면서 "앞으로 남은 이재용의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남역 사거리 철탑에 80일 넘게 고공농성하고 있는 김용희 노동자를 기억해달라"며 "25년째 싸우다가 마지막으로 죽을 각오로 철탑에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무노조 원칙'의 삼성에 맞서 노조를 조직하려다 해고된 지 25년이 된 김용희 씨의 고공농성이 81일 째에 접어들었다.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대법원 판결 후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의 남은 양심에 안도하며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삼성해고자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반헌법적 무노조 경영 하에서 벌인 부당해고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씨는 지난 6월 10일부터 강남역 8번 출구 사거리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55일간의 단식에 이어 재단식에 돌입해 4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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