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의 숨겨진 진짜 이유

[기고] 서울 집값 폭등과 환율의 숨겨진 연관 관계

1200원이라는 환율수준은 한국경제 역사에서 몇 번 넘지 않은 선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경제위기 상황 말고는 1200원을 잠시 넘었더라도 오래지 않아 그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 8월5일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이후 "경제위기" 주장은 더 기승을 부렸고, 심지어 "국가부도" 운운하는 자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우리 국민의 기억 속에 깊이 뿌리박힌 "환율 트라우마"를 건드려 관심을 끌려는 행태로 보인다.


사실 환율은 추세적으로 상승해왔다. 작년 초 1060원이었던 환율이 작년 6월 1120원대로 상승했고, 올해 5월에는 1180원대로 그리고 최근 1220원까지 올랐다. 관심을 끄는 점은 그 기간 동안 환율이 의미 있는 하락세를 보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작년 초 이후 환율 추세적 상승


환율이란 국가경제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종합건강지표라는 말이 있다. 환율에 대해 공부하다보면 이 말이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은데, 그 중 핵심은 경상수지다. 그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와 무역외수지의 합계다.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려면 수출이 잘 돼야 하는데, 수출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대외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무역외수지의 가장 큰 부분은 관광수지를 비롯한 서비스수지인데, 이것이 흑자가 나기 위해서는 서비스부문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야 한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는 그 국가의 제조업과 서비스부문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과 동의어다. 경상수지가 엄청난 흑자를 기록한다면 그 국가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즉 산업경쟁력이 엄청난 결과인 것이다. 그런 경우 환율은 크게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경상수지는 국가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100억 달러를 오르내렸다. 당시 선진국들이 부동산 버블로 장기호황을 구사한 덕분에 100억 달러 달성이 가능했다.


금융위기의 폭풍우가 지나간 후 경상수지는 더 힘차게 증가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무려 1000억 달러에 달했다. 10년 만에 10배 증가한 것이다. 그 후 경상수지가 약간 감소하긴 했으나, 2017년과 2018년 760억 달러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7배 증가한 수치다.


경상수지로 측정한 한국경제의 대외경쟁력은 실로 경이로운 수준이라 할 만하다.


올해 들어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경상수지 적자를 예측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21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여 작년 동기 290억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한국경제의 대외경쟁력이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외국인투자자 7월 중 2조 원 주식 순매수

"경제위기 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환율급등에 대해 이렇게 주장할 것 같다. "앞으로 경상수지가 큰 폭 적자를 기록할 것이데, 그 상황을 선반영하여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라고.


환율이 미래상황을 선반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그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경제가 악화될 경우 가장 먼저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다. 경제위기 직전 외국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그랬다. 경제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상황이 악화될 조짐이 보이면 외국자금은 대량 유출된다.


금융감독원의 <2019년 7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 자료를 보면 "대외여건 악화"가 대문짝만하게 보도되던 7월 외국인은 국내주식을 무려 2조470억 원 순매수했다.


올 초부터 7월말까지 누적수치도 주식 7000억 원 순매수, 채권 1조 원 순투자다. "경상수지 대폭 적자" 혹은 "경제위기" 주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콧방귀를 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매년 국채발행자금으로 100억 달러 매입


이런 질문이 뒤따를 것이다. 그런데 왜 환율이 급등했느냐? 뭔가 심각한 문제가 한국경제에 도사리고 있는 것 아니냐?


경상수지와 외국인증권투자 외에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내국인 해외증권투자는 올 상반기 86억 달러였고, 국내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외국기업의 국내직접투자는 각각 30억 달러와 16억 달러였다. 환율에 큰 영향을 줄 수치가 아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공급이 수요를 큰 폭으로 초과하는데, 달러의 가격인 환율은 급등했다. 이런 시장의 실패는 대개 정부정책의 실패 때문인 경우가 많다.

정부는 외환시장의 큰손이다. 기획재정부의 홈페이지에서 <2019년도 나라살림 예산개요>를 다운받아서 54쪽을 보면, 국가채무가 나온다. 거기에 '외환시장 안정용'국가채무가 있다. 2018년 잔액이 235.5조 원으로 전년보다 13.2조 원 증가했다.


그만큼 국채를 발행해서 그 돈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했다. 2019년에는 11.8조 원이 또 채무가 증가한다. 올해 약 100억 달러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환율이 하락할 때는 달러를 매입하여 환율하락을 막고, 지금처럼 환율이 상승할 때는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행태다. 어떻게든 환율을 상승시키겠다며 빚을 내서 달러를 매입하고 있다. 이것이 환율급등의 숨겨진 이유 첫 번째다.

강남재건축아파트 투기차익으로 달러매입


정부의 달러 매입만으로는 환율급등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7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7월 말 현재 거주자외화예금이 696.7억 달러다. 그 중 개인이 보유한 외화예금은 145.5억 달러인데, 2016년 말과 비교하면 43.3억 달러 증가했다. 상당한 금액이지만, 이 정도로 환율이 급등하진 않을 것이다.


두 달여 전 어느 극우논자가 '강남부자들이 한국을 떠난다’는 내용의 방송을 하는 것을 들었다. 부자들이 강남아파트를 팔고 한국을 떠난다는데, 그러려면 달러를 매입해야 한다.

또 다른 방송은 강남의 어느 은행지점에서 56억 원 상당의 달러예금을 인출한 할아버지 사례를 이야기했다. 달러를 매입하여 개인금고에 보관한다고 했다. 이 돈들은 거주자 외화예금에 잡히지 않는 금액이다.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도 있다. 한 달 전 경조사에 만난 사람은 강남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서 수십억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1100원 부근에서 달러를 매입했다고 자랑했다. 달러를 계속 매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기가 아는 사람들 중 달러사재기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하나같이 강남에 아파트를 여러 채 소유한 사람들이었다.

서울 집값 폭등이 환율급등의 숨겨진 이유


서울 집값, 특히 강남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것이 환율급등의 두 번째 숨겨진 이유다. 달러를 매입하는 것은 당장 필요해서가 아니다. 미래 있을지도 모를 어떤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강남아파트가 급등하여 거액의 여유자금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달러 매입은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재산이 몇 십억 늘어난 집부자들이 미래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달러사재기를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달러를 매입하여 해외로 유출하거나 유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집값 폭등으로 국가경제가 골병들고 있는데, 한술 더 떠서 거액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거나 될 계획이니 골병이 골수에까지 뻗치고 있다. 이 책임을 질 자 과연 누구인가? 장담하건대 우리 국민은 국가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치세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서울 집값이 4년 전 수준으로 하락해야만 국가경제를 골병들게 하는 경제행위가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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