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방에 비핵화'는 없다...평화조약부터"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美 외교안보 전문지 "북한과 올해 말까지 실현 가능한 합의 이뤄야"

미 외교·안보 전문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THE NATIONAL INTEREST)>의 부편집장인 존 데일 그로버(John Dale Grover)는 지난 19일 자 칼럼 '북한과의 딜, 시간이 없다(Time Is Running out for a Deal with North Korea)'에서 북한을 "핵무장 열강"으로 인정하면서 실현 불가능한 비핵화에 매몰되지 말고, 김정은이 올해 말로 제시한 마감 시한에 맞춰 평화조약 체결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같은 작은 거래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했다.

그로버는 남북미 세 나라 모두 대결 상황을 외교로 풀 수 있다고 믿는 국가 지도자들이 집권하고 있는 역사적으로 드문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한방에 집착하지 말고 올해 말까지 이룰 수 있는 실현 가능한 합의에 하루빨리 관심을 돌리라고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번역 요약문이다.(☞ 원문 바로 가기)

▲ 미 외교·안보 전문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THE NATIONAL INTEREST)> 홈페이지 갈무리.

북한과 진짜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북한 핵무기를 외교로 풀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해왔다. 남한 지도자 문재인도 양측과 접촉해 왔으며, 얼마 전에는 2045년까지 '두 코리아(two Koreas)의 통일을 보겠다'는 꿈을 선언했다. 불행히도 바로 다음 날 평양은 향후 교섭을 거부했고, 문은 모욕과 미사일 발사를 감수해야 했다. 북한 남한 미국 세 나라 모두 어떤 해결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세 나라 중 누구도 회담을 탈선시킬 수 있고, 시간은 없다.

회담은 각자 상대방의 행위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은 각국의 국내 정치 때문에 실패할 공산이 더 큰 듯하다. 세 지도자 모두 자신들의 지지자들이 당장 진전을 보길 원한다는 점과 보여줄 게 별로 없는 거듭된 정상회담에 대한 인내심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더구나 야당들은 이러한 외교적 노력을 늘 비판하고 있다. 북한은 독재다. 하지만 김도 역사적 적국인 미국과 교섭을 시도할 때는 핵심층과 군부의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두 민주 국가, 즉 남한과 미국은 지금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시험으로 회귀하기 전에 문제를 풀 수 있는 마감 시한을 2019년 말로 잡고 있다. 트럼프와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한 이후, 김은 "올해 말까지는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이전 정상회담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고 선언했다. 2019년 말까지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평양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방향을 바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교섭에는 최소 몇 달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이란과의 교섭에는 2년이 걸렸다), 향후 넉 달 사이에 큰 돌파구를 찾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당장은 있을 것 같지 않은 비핵화만 고집하는 대신 미래를 단계적으로 열어가는(future escalation) 거래는 가능하다. 김의 핵 프로그램과 핵 무기 전체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는 문제는 나중에라도 다룰 수 있다. 대신 거래는 평화조약이나 연락사무소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은 제한적 제재 완화와 맞바꾸는 제한적 비핵화다. 어떤 거래든 여전히 매우 어렵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다루려는 대협상(grand bargain)보다는 김의 마감 시한에 맞춰 할 수 있는 것들이다.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와 의회 선거 일정이 가까워짐에 따라, 트럼프는 사태의 진전을 바라는 선언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김에게 마감 시한의 연장을 설득하거나 김 스스로 대내적으로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면서 부분 이행이 이뤄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진짜로 진전을 이뤄내는 게 필요하며 이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만약 북한이 2020년에 더욱 공격적으로 된다면, 2017년의 긴장된 몇 달처럼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의 위협으로 회귀할 위험이 있다. 두 핵무장 열강들(powers)로부터 나오는 거친 언사와 결합된 긴장 고조는 누구에게도 좋은 게 될 수 없다.

거래가 가능하다면, 거래는 빨리 일어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워싱턴은 세 나라 모두 외교가 대결보다 나은 선택이라는 데 일치하고 있는 드문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세밀한 사항을 정리하는데 드는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뭔가를 교섭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더라도 불행히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닌 게 분명하다. 넉 달도 남지 않은 마감 시한에 맞춰 재빨리 움직이면서, 외교관들과 실무진들은 2019년 말 이후 석 달 반이 지난 시점에 남한의 2020년 4월 15일 총선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문의 정당이 선거에서 진다면, 김에 대한 문의 전략적 방침을 변경토록 압박을 받을 것이다.

만약 문이 강력한 지지를 얻는다면, 교섭은 2020년 11월 3일 미국 선거를 앞둔 일곱 달 동안 활기차게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대선의 격렬함을 감안하면, 트럼프가 김과의 교섭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이 일곱 달은 매우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결국 워싱턴은 현재의 우호적인 정치적 조합이 여전히 존재하는 지금 돌파구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최소한 작은 거래라도 이뤄지면 다시 소용돌이와 위협으로 치닫는 상황을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방의 거래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해야, 평화조약이나 연락사무소 정도가 앞으로의 비상상황에 절실히 필요한 연락 및 위기관리 채널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전에 많이 경험한 핵무장 경쟁자들과의 위기일발 상황을 감안한다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더 낫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할 것이다.

대결이 재개될 수도 있고, 김의 선택이 그 자신을 페널티박스(penalty box)로 무한정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실망스럽기는 할 것이나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미국이 북한과 소통할 수 있다면 이는 좋은 일이다. 진짜 비극은 세 나라 모두 시간과 선견지명의 부족으로 이 좋은 기회를 날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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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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