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남북·한중관계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정욱식 칼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군사협력' 아닌 '평화협력'

10년 전 일이다. 에드워드 라이스(Edward Rice) 주일미군 사령관은 2009년 7월 16~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차관보급 한미일 3자 안보 토의(DTT)에서 "정보 공유가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 양자 사이에서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체제(MD)에 차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3년 전에도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주목할 만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2016년 8월 2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포럼에서 "정보가 분산되어 있으면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기 위한 공통상황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어렵다"며, "상황 발생 시 효과적 대응도 어려우므로 조기 경보 분야의 정보공유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지소미아, GSOMIA) 및 3자간 MD를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브룩스의 발언 이틀 후 박근혜 정부의 국방부도 호응하고 나섰다. 국방부 대변인이 '일본 쪽에서 요청하면 사드 (탐지 정보와) 관련된 정보도 공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일 정보 공유 약정 범위 내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지 한달만에 나온 것이다.

지소미아는 사드와 함께 봐야

그렇다면 사드와 지소미아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사드의 운용 주체는 미국이다. 이에 따라 기술적으로는 X-밴드 레이더에서 수집한 정보는 미국이 바로 일본에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미국이 운용 주체라고 하더라도 그 레이더는 한국 영토에 배치되어 있다. 여기서 수신한 정보를 한국의 동의 없이 제3국과 공유하면 주권 침해 논란이 벌어질 수 있었다.

미국이 2016년 하반기에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지소미아 체결을 요구해 관철시킨 배경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소미아를 체결해 한일 양국간에도 정보를 공유키로 하면 미국은 한국에 배치한 레이더에서 수집한 정보를 한국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도 일본에 바로 전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한국을 '최전방 전초기지'로 삼아 패트리엇-3와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로 구성된 2중 방어체제를, 지상배치형인 '이지스 어쇼어'도 도입하면 3중 방어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러한 다층 MD 체계에서 한국이 보유한 레이더나 미국이 운용할 성주 X-밴드 레이더에서 탐지한 미사일 정보를 일본에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면 방어적 이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소미아의 치명적인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아베 정권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안보 파트너"라고 공격하면서도 지소미아 유지를 희망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래도 지소미아를 통한 3자 MD가 한국 방어에 기여할 수 있다면 실익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실효성이 거의 없다. 2013년 6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발간한 보고서에도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북한과 너무 가까워 미사일이 저고도로 수 분 내에 날아와 3국 미사일방어 공조에서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나와 있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고 종심이 짧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당연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의 미국이 아닌데

이렇듯 박근혜 정부가 졸속으로 일본과 지소미아를 체결한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리가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한미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소미아를 카드화해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보복 조치를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논리적으로는 성립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미국은 그때의 미국이 아니다. 지소미아 체결은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로 이뤄진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했던 일을 계승하기보다는 뒤엎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여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거론되어온 지소미아의 카드화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는 애초부터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또한 이를 파기하더라도 한미관계에 별다른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소미아는 오바마가 한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켜주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를 중심으로 지소미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의 파기시 불만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한미관계를 크게 흔들 정도는 아닐 것이다. 또한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일시적인 한미관계의 불안은 지소미아 유지시 남북관계와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에 비하면 소소한 것이다.

남북관계와 한중관계도 시야에 넣어야

지소미아 파기 여부를 둘러싼 국내 논쟁에서 중요한 대목이 빠져있다. 바로 남북관계와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지소미아의 1차적인 대상은 북한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유지를 선택할 경우 남북관계 추가적인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소미아 연장이 남북한의 합의 정신에 위배되고 한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지하는 셈이라며 반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중관계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사드 대란은 문재인 정부가 3불, 즉 추가적으로 사드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삼각 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간신히 봉합되었다. 그런데 선택의 순간이 나아오고 있다. 일반 환경영향평가에 돌입하면서 머지않아 임시배치 상태에 있는 사드의 정식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관계에서 나쁜 시나리오는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사드 정식배치 여부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나올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소미아의 배경에는 사드를 비롯한 한미일의 MD 자산을 통합해 3자 MD를 추구하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를 연장한 상태에서 사드 정식배치가 거론되면 봉합된 '사드 대란'이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볼 때, 지소미아는 애초부터 체결하지 말았어야 했고,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작되기 전에라도 파기했어야 했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 이를 반대했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 재검토를 공약한 바 있다.

물론 지소미아 파기시 한일관계에 추가적인 악화는 불가피해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추구해야 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는 '군사협력'이 아니라 '평화협력'에 있다. 시대착오적인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대신에 북일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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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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