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보좌관 하면 안 되나요?"
성평등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 여성 근무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국회페미'가 국회 보좌진 조직의 성차별 문제를 공론화했다. 각 의원실의 여성 보좌진 비율은 가장 낮은 직급인 9급 비서는 63.3%에 달하지만 가장 높은 직급의 4급 보좌관 비율은 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페미 활동가는 16일 "국회는 인턴에서 시작해 승급하는 구조인데 현실적으로 여성이 보좌관까지 올라가기 매우 어렵다"며 "인턴 성비는 매년 평균 남녀 반수 수준이나 비슷한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도 여성 인턴은 상대적으로 승급 기회가 많지 않고 행정 직무가 강요되기도 한다. 정당하게 자기 능력을 펼칠 기회를 찾아 국회를 떠나는 여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활동가도 "보좌진 조직의 문제는 국회 전체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다"며 "인사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 구조가 군대식의 절대하향식이다. 이는 국회 전체의 폐쇄성, 과도한 권위주의와 밀접하게 닿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보좌진 조직의 심각한 성불평등 문제는 국민의 절반인 여성을 대표해야 하는 국회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국회페미에 따르면 2019년 8월 1일 기준, 국회 전체 보좌진 중 여성의 비율은 38.2%이다. 직급별 비율을 따져보면 △4급 보좌관 8.6% △5급 비서관 19.9% △ 6급 비서 26.7% △7급 비서 37.4% △8급 비서 60.5% △9급 비서 63.3% △인턴 비서 52.3%로 직급이 올라갈 수록 여성의 비율은 확연히 줄어든다.
보좌관과 비서관의 합계 여성 비율이 14.3%로, 이는 20대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 17%보다 낮은 수치다. 4급부터 7급 보좌진까지 남성이 압도적 다수인 데 반해, 8급, 9급, 인턴 직급에서만 여성 비율이 과반을 넘는다. 세 개의 직급을 합쳐 총 507명, 전체 여성 보좌진 869명 중 58.3%가 하급직에 머무르며 방문객 대접, 전화 응대, 집기 관리 등의 잡무를 도맡고 있다. 이중 상당수의 인원이 사무실 회계와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행정비서 직무로 일하고 있다.
국회페미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이 남성중심적 사고에 치우쳐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관례적으로 정책 업무 보좌진에 비해 행정 직무 담당자는 승진에 한계가 작용한다"고 밝혔다.
국회페미는 국회 구성원 및 방문자가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 '여성은 보좌관 하면 안되나요?' 캠페인 관련 포스터를 부착하고 여성 보좌진의 실제 피해 사례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캠페인을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캠페인은 국회페미가 연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6월에 진행한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입니까?>에 이은 두 번째 기획이다.
국회페미는 국회 내 여성 보좌진 기반 페미니스트 그룹으로 1년 전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판결이 있던 8월 14일에서 이틀 뒤인 8월 16일에 시작되었다. 국회페미는 "'위력은 있으나 행사되지 않았다'는 판결의 모순과 부당성, 사건이 발생된 환경과 비슷한 시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보좌진들의 공감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남성지배주의적 국회 조직 내에서 자행된 피해자에 대한 공공연한 2차 가해, 정의와 인권에 대한 이중잣대가 결성의 기폭이 되었다"고 결성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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