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개념과 관련해 우리 헌법도 제7조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백성을 다스리다"는 의미의 "~官", 시대착오적
한 마디로 공무원이란 공복으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공무원의 직급명칭은 이사관,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 등등 모두 "관(官)" 자가 뒤에 붙는다. 하지만 "관(官)이라는 한자어의 어원은 본래 "무리를 덮다"는 뜻으로서 "백성을 다스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공무원들이 "백성을 다스리다"는 의미의 "~관(官)"을 그 직급명칭으로 붙이고 있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직 관존민비 사상의 '봉건성'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철저히 시대착오적이고 공무원으로서의 자기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관료주의가 의연히 강력한 것은 이러한 용어들을 여전히 사용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 공무원 명칭, 실무적이고 수평적이다
미국에서 우리의 '법제관'에 해당하는 공무원 명칭은 attorney이고, '조사관'의 경우에는 staff이다. '국회도서관장'도 The Librarian of Congress으로 부른다. 또한 처장은 Director이고, 장관은 Minister이다. 이 Minister의 어원을 살펴보면, servant와 연관된 단어로서 공무원의 본래 존재 의미와 완전하게 부합된다. 미국 공무원 명칭 어디에도 우리의 "~관(官)"이나 "~장(長)"에 해당하는,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는 그러한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와는 전혀 판이하다. 실무적이며 수평적이다.
우리도 서기관, 이사관 등등 "~관"을 붙인 직급명칭은 폐기하고 단순하게 1급, 2급, 3급 등등으로 구분하면서 미국처럼 구체적인 직무와 직책에 의한 별도의 명칭을 부여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미국 언론 기사를 보면, 장관을 비롯해 어떠한 고위 공무원이라도 그 직급명칭을 한번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he나 she의 대명사를 사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 언론 기사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직급 명칭을 사용한다. 이렇게 사회 전체가 분위기를 조장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그리고 출세지상주의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장관, 이사관, 서기관, 판사, 검사.... 모두 일재 잔재
한편, 현재 2급 공무원 명칭인 이사관은 통감부 시기 효율적인 조선 통치를 위해 설치됐다. 그런가 하면 서기관을 비롯해 사무관, 주사, 서기 등 다른 공무원 직급명칭들도 일본 군대가 경복궁을 침입해 고종을 감금하고 그 권한을 일시 정지시킨 채 추진했던 이른바 '갑오개혁' 때 일본식 관제(官制)를 그대로 모방해 만들어진 명칭들이다.
당시 일본공사 오토리(大鳥)는 조선 정부에게 이른바 '내정개혁방안 강령 5개조'를 강요했다. 동시에 스기무라(杉村) 서기관은 대원군과 직접 접촉하면서 강박하고 회유했다. 일제의 이 행위들은 1876년 강화도 침입 이후 20년에 걸쳐 조선 침략과 정복을 준비하고 치밀한 연구 끝에 나온 산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군국기무처가 설치됐고, '의정부 관제안'이 1894년 6월 28일 가결됐으며 7월 20일에 정식으로 시행됐다. 일본식 관료제도의 도입이었다. 이 '관제 개혁'에 서기관을 비롯해 사무관, 주사, 서기 등 새로운 관제에 의한 명칭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도 그 무렵 새로 부임한 지방관은 조선의 국왕이 아니라 일본에 의해 임명받았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장관(長官)'이라는 명칭 역시 일본식 관제로부터 비롯됐다. 즉, 한일합병 직후 제정된 <조선총독부 관제> 하에 각 도의 최고 행정책임자를 '도장관(道長官)'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도장관'은 이후 1919년 3.1 운동이 발발하자 문화정책에 의해 '도지사(道知事)'라는 용어로 바뀌었다.
도지사뿐만 아니라 군수 등 지방 관제와 판사, 검사 등의 명칭 역시 모두 일본 방식, 일본 명칭이다. 왜 문제냐고? 시대착오적이고 민주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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