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하는 여교사 불러내..."술 한잔 따라봐"

[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이사장 ‘직권’으로 교사 연애 금지된 학교

그 남자의 호출은 집요하고도 끈질겼다.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화장실 청소까지 시키며 깨알같이 보복하는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


그는 늘 해도해도 너무 했지만, 그날의 호출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수업 중인 여성 교사를 불러내 술시중 들게 하는 교장을 어떻게, 무슨 말로 설명하면 좋을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어느 날 늦은 오후였다. 권정은(가명. 당시 20대 중반) 교사는 방과후 수업을 하고있었다. 갑자기 이상석 교무부장(현 영남공고 교장)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6시까지 끝내고, 얼른 나온나."


교무부장이 수업 중에 불쑥 들어와 말하는 걸 보니, 그럴만한 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일찍 끝냈다.


차를 타고 도착한 장소는 익숙한 식당. 내부로 들어가니 상석에는 이미 남성 ‘윗분’들이 앉아 있었다. 대구교육청 김규욱 장학관, 허선윤 영남공고 교장(현 이사장), 장OO 부장 등등.


이선미(가명) 교사도 수업 중간에 불려나와 식당에 도착했다. 권정은, 이선미 교사는 윗분들과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누군가 공수해온 안동소주가 윗분들 상에 올랐다.


"둘 일로 와바라!"


허선윤 교장이 권정은 교사 쪽을 보면서 외쳤다. 권정은, 이선미 교사는 교장이 앉은 테이블로 갔다. 허선윤은 안동소주를 내밀었다.


"한 잔 따라 드리라."

▲ 영남공고 정문. ⓒ셜록

김규욱 장학사는 술잔을 내밀었고, 허선윤 교장은 술병을 권정은 교사에게 건넸다. 교육청 남성 장학사에게 술을 따르라는 지시. 이런 일 시키려고 수업 중인 사람을 불러낸 건가. 빈속에 폭탄주 다섯 잔 쯤 들이부은 듯이 머리가 띵했다.


김규욱 장학사는 덕담이랍시고 웃으며 말했다.


"영남공고 여자 선생님들은 전부 외모가 출중하시네요!"


허선윤 교장은 화답이랍시고 말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다 예쁩니다!"

안동소주 한 잔 들이킨 김규욱 장학사는 선물이라도 주는 듯이 권정은 교사에게 잔을 내밀었다.

"자, 한 잔 받으세요!"

권교사는 정식교사 임용된 지 약 3개월여 만에 벌어진 이날, 어느 해 초여름을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뒤집어진다.


"그때 술상을 뒤집어 엎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아요. 20대 중반이었고, 첫 사회생활이니까 제대로 대응을 못했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수업 중인 교사를 불러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허선윤 교장이 김규욱 장학관을 술접대 하는 자리에 교사들을 동원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허선윤은 자기 이익 극대화를 위해 약자들의 삶을 공략하는 법을 잘 알았다.


김규욱 장학관 접대 자리는 주기적으로 수차례 열렸다. 허선윤은 영남공고 교사들을 이 자리에 자주 동원했다. 최소 다섯 차례 접대 자리에 참석했다는 K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특히 누구를 동원하냐면, 기간제 젊은 여성 교사들을 주로 부르는 거예요. 기간제 교사 숨통을 자기가 쥐고 있으니까, 함부로 하는 겁니다."


어느 날 기간제 교사들이 문제의 식당에 총 출동했다. 역시 술자리 상석에는 김규욱 대구시교육청 장학관, 허선윤 교장, 이상석 교무부장 등이 앉았다.


여성 다수가 포함된 기간제 교사들이 상석으로 가 김규욱 장학관에게 줄줄이 인사를 ‘올렸다.’ 인사가 끝나자, 한 남성 간부 교사가 김규욱에게 웃으며 말했다.


"장학관님, 초이스 하시죠."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두가 알았지만, 아무도 문제제기를 못했다. 말대꾸는 물론 문제제기를 하면 처절한 왕따 지시가 내려지는 학교니까. K 교사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다른 곳에서도 문제지만, 어떻게 학교에서 여성을 저렇게 대하나.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기간제라고 교사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걸까? 여러 면에서 굉장히 불쾌한 날이었어요."

허선윤 교장의 호출은 장학관 접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사들 호출, 특히 최근까지 특정 노래방으로 교사들을 불러내는 허선윤의 일관성은 거의 집착에 가까웠다. 아래는 노래방에 여러번 불려간 M(남성) 교사의 말이다.


일주일에 몇번씩 노래방에 불려간 적도 있어요. 당연히 반강제였구요. 여성 교사들은 거의 도우미 역할을 했어요. 노래방에서도 허선윤 교장은 일관성이 있어요."

어떤 일관성일까.

"일단 ‘OOO는 어디 갔노?’ 식으로 출석 체크를 해요. 안 온 사람은 그 다음날부터 바로 눈치를 줘요. 노래방 내부에서는 노래를 부른 사람이 화면에 돈을 붙여야만 해요. 술값이랑 노래방비? 허선윤 교장이 안 내요. 그분은 계산할 땐 늘 빠져요. 일관되게."

▲ 교사들이 불려간 노래방. ⓒ셜록

M 교사는 특히 2010년 체육대회 날 저녁, 동료 교사들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체육대회 때 일부 선생님들이 가수 2PM 노래 ‘Heartbeat’에 맞춰 공연을 했어요. 그날 저녁 때 공연팀 선생님 등 여러 사람이 모여서 뒷풀이를 했습니다. 한참 재밌게 놀고 있는데, 이사장 쪽에서 또 호출을 하는 거예요."


공연팀 교사들이 불려간 곳은 또 노래방. 상석에는 허선윤이 앉아 있었다. 한 간부 교사가 말했다.

"체육대회에서 공연한 거, 그거 여기서 다시 해봐."


허선윤 교장 앞에서 교사들은 다시 노래하고 춤을 췄다. 얼마쯤 노래하고 춤을 췄으까. 갑자기 “다 나가라”는지시가 떨어졌다.


"마음대로 부르더니 또 자기들 마음대로 나가라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노래방 문을 열고 나가니까 ‘도우미’ 여성들이 쫘악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바톤 터치하듯이 기간제 교사들은 빠지고 도우미 여성들이 방에 들어갔어요. 허선윤 교장 처지에서는 ‘여성 교체’인 거예요."


노래방에 불려 다니다 문제의식을 느낀 어느 교사는 계속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한두 번씩 노래방 호출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교사로 학교에 온 거지, 가수 역할로 들어온 게 아니니까. 노래방 호출을 거부하는 게 거슬렸던 걸까?

허선윤 교장의 깨알같은 괴롭힘이 시작됐다.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동원해서 괴롭혔어요. 측근 동원해서 제가 뭘하는지 감시하고, 수업 시간에 괜히 들어와서 지켜보고, 왕따, 따돌림은 기본이고, 한직이나 기피 업무를 오랫동안 시키고…"


허선윤은 자신에게 찍힌 교사를 업무적으로만 불이익을 준 게 아니다. S 교사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 교사와 2010년대 중반부터 연애를 했다. 영남공고는 허선윤 ‘직권’으로 교사 연애가 금지된 학교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교장에서 이사장으로 ‘승진’한 허선윤이 2015년 어느 날 수업 중인 S 교사를 자기 방으로 불렀다.


"그때 허선윤 이사장이 ‘헤어지든, 둘 중 하나 사표 쓰고 나가라’라고 엄청 구박을 하는 거예요. 결국 ‘제가 나가겠습니다’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에요."


허선윤 이사장은 S 교사만 따로 불러 협박성으로 지시했다. 남자가 아닌 여성이 나가야 한다고. 교육청 장학관 술접대 자리, 노래방에서는 여성을 그토록 불러내더니, 연애을 하니까 여성이 학교에서 나가야 한다고 압박을 했다.


"연애 사건이 불거지니, 차원이 다른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어느 해는 저랑 교제하는 분을 여름, 겨울방학 내내 출근하도록 지시했어요. 특히 겨울방학 때는 공사 때문에 교무실에 창문이 없었거든요. 엄청 추웠는데도 계속 출근을 시키는 거예요. 춥다고 하니까, 행정실에서 비닐을 쳐줬습니다. 연애하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근무평점에서 최하등급인 B를 주고… 거의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당합니다."


허선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허선윤 이사장이 저 보는 앞에서 연애 상대 부모님에게 전화까지 했습니다. 계속 헤어지라고 압박하면서요."


학생도 아닌 교사 부모에게 전화하겠다고 협박하는 허선윤의 집착. 이건 찌질한 걸까, 사악한 걸까. 결국 S 교사는 연애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사장 앞에만 가면 부들부들 떨었던 기억이 선명해요. 지금도 기가 차고요."


S 교사는 인터뷰 하는 내내 눈물을 꾹 참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붉어지는 눈, 가끔씩 부들부들 떠는 몸까지는감추지 못했다.

▲ 영남공고에 있는 비석. ⓒ셜록

대구시교육청 장학관 신분으로 수차례 술접대를 받은 김규욱은 현재 대구 달서공고 교장으로 있다. 그에게 반론을 듣기 위해 찾아갔다. 그는 애매하게 말했다.


"장학관이면 얼마나 많은 학교를 돌아다니는데요. 저는 그런 기억이 없어요."


권정은, 이선미 교사가 수업 중에 불려가 반강제로 김규욱에게 술을 따라 준 때가 2010년 즈음이다. 얼마 뒤인 2012년 7월, 그의 아들이 영남공고 행정실 직원으로 들어왔다. 이에 대해 김규욱은 이렇게 설명했다.


"아들이 나 몰래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영남공고에 시험을 봐서 정식으로 입사를 하더라고요! (웃음) 근데 지금 혹시 녹음하십니까?"


허선윤 이사장은 수차례 전화, 문자에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연애한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교사는 영남공고에서 한두 명이 아니다. 괴롭힘 탓에 퇴사한 교사도 있다.


허선윤 이사장의 아들 허OO은 영남공고 교사다. 그는 영남공고에서 연애하고 결혼했다. 그는 어떤 괴롭힘 등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사립학교의 부정부패 등은 한국사회의 오랜 이슈입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배경에는 교육청 등 관계 기관의 부적절한 대응도 있습니다. 김규욱 현 달서공고 교장이 대구교육청 장학관 시절 영남공고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는 증언을 여러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셜록>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고 피해자가 더는 나오지 않길 바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그의 실명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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