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 초치 "일본, 더이상 우호국으로 생각할 수 없어"

조세영 외교부 1차관, 나가미네 주일 대사 초치해 강력 항의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항의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 일본을 우호국가로 생각할 수 없게 됐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나가미네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우리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극히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일본의 조치는 우호 협력 국가의 도리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조 차관은 이어 "이러한 보복적인 경제 조치를 취하는 국가를 우리 국민들은 더이상 우호국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모든 사태의 책임은 일본 측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일본에 단호히 요구한다. 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수출 통제) 3개 품목에 대해 즉각 원상 회복하길 바란다"며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2일 조세영(오른쪽) 외교부 1차관이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나가미네 대사는 "일본의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양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음을 이해해 달라. 수출 관리를 잘 해나가면서 양국 경제 관계를 밀접하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지금의 문제에 대해 말하자면 양국 간 상황은 지난해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한일 간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한국 정부가 잘 대응해주길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맞섰다.

나가미네 대사는 또 한국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반일 시위를 거론하며 "한국에 있는 일본인과 (일본) 기업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 내 자국민의 안전 문제를 신경써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차관은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 배경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일관성 없는 설명을 하고 있고 한국 국민들은 전혀 설득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의 조치가 보복적 성격이 아니고 또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의도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러한 인식이야말로 안일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조 차관은 "일본 국민들의 안전을 언급했는데 마찬가지로 한국 국민들이 일본 내에서 혐한 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같이 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는 일본 국민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본국 정부가 필요한 보호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여행하는 한국 국민에 대해 안전에 대해 철저히 보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계속된 철회 요청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에도 귀를 닫은 채, 양국 간 경제 협력은 물론 역내 번영과 세계 자유무역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데 대해 우리 정부는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일본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모범적인 수출 통제체제를 운영중인 우리나라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취해진 것으로서, 수출 통제체제 운영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우방국에 대한 무역 제한 조치로 악용한 사례로 남게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이와 같은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가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며, 이에 따른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앞으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교부는 "한일 양국은 국교정상화 이후 경제, 안보,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서로의 발전을 지원해 온 우방국이며, 앞으로도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정부는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해 나가되, 실질적으로 필요한 협력은 계속 추진하자는 투트랙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평했다.

외교부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는 작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신중한 검토와 깊은 고민을 통해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모색했으며, 그 결과로서 여러 요소를 균형있게 고려한 해결방안을 지난 6월 일본측에 전달한 바 있다"며 "우리 정부는 피해자 및 양국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을 함께 논의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면서 일본과 대화 여지를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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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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