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부터 제주도 고유정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매일 같이 경찰의 부실수사와 유착 등 비위와 부패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이제 부동의 1위, 국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가의 경찰기관이 한 민간 TV 프로그램보다 못하다는 의견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사립탐정 제도가 필요하다
먼저 경찰의 수사 독점을 극복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사립 탐정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립탐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OECD국가 중에서 사립탐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다만, 탐정을 전직 경찰 출신으로만 국한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사립탐정 제도의 시행 주장이 바로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경찰조직의 중점이 사회 치안 유지와 국민 안전 보호보다는 권력에 대한 충성, 심지어 ‘아부’의 측면에 보다 경사되어왔음을 쉽게 부인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그 ‘존재’부터 수상하기 짝이 없는 정보경찰들이 아부성의 “역술인들의 새해 국운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전 정권에서 청와대까지 보고했다는 일이 보도되어 사람들을 경악케 하였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경찰청 정보국은 대통령과 여당의 흥신소처럼 전락해 일상적으로 각종 정치정보를 수집, 보고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과 위험 예방인 것이지, 결코 특정 정치집단에 대한 충성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정보경찰은 경찰 내부에서 유능하다는 자부심이 강한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유능한 경찰이 국민 안전을 지키는 분야가 아니라 이른바 ‘정보경찰’로 배치되는 것 그 자체에 이미 경찰조직이 권력에 대한 충성을 중심으로 편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투영되어 있다.
가장 유능한 경찰이라면 당연히 국민 치안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본연의 분야로 투입되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이 ‘수상한’ 정보경찰은 폐지되어야 한다. ‘아부성 정보’를 좋아하는 권력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없으며,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경찰의 ‘주관적, 희망적 경비수요’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한편 그간 경찰조직 내부에서 경비 분야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경비 분야가 중시되어온 현상 역시 바로 권력에 대한 충성을 앞세우는 관행과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다. 최근 군인권센터는 의경 인원을 감축한 서울지방경찰청 2기동단의 한 중대 소속 의경 중 네 명이 올해 3~4월 두 달 동안 대상포진에 걸렸는데, 이는 업무 과중 등 근무 여건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전문의 의견이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대원 한 명 당 일주일 간 야간 근무는 14~20시간에 이르렀다.
지금 누구의 눈에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보다 경찰 경비의 ‘객관적’ 수요가 적어진 것으로 보인다. 집회 규모도 훨씬 작아졌고,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곤 거의 평화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경찰이 현재 전개하고 있는 경비차량과 근무는 거꾸로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국회 앞만 하더라도 예전에는 고작 한두 대 도로변에 주차한 수준이었는데, 이제 지휘차량까지 합하면 10대도 넘게 24시간 상시 근무하면서 이 폭염에 뜨거운 냉방 열기와 공회전 배기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심지어 화장실 차량까지 상시 대기하고 있다. 과잉 경비이고, 의경에 대한 인권유린이기도 하다.
시민을 위해 경찰은 존재하는 것이다. 경찰은 “주관적이고 희망적인 경비 수요”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환경보호에 경찰이 예외가 될 수도 없다. 불요불급하며 결과적으로 환경을 훼손하고 시민과 교통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비 업무는 마땅히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
경찰은 진정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한다. 그리해 시민 주권의 민주주의 정신 그리고 환경과 인권 인지 감수성에 부응하는 경찰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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