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82% 몰라...효과는?

부산지역 노동단체 설문조사 결과 발표, 예방과 2차 피해 불안감 호소

직장에서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 이상이 개정법 시행을 모르고 있었으며 회사 차원에서의 예방과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녹산노동자 희망찾기, 금속노조 동부산지회는 16일 오전 부산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따라 어떠한 종류의 괴롭힘 행위도 용납되지 않도록 문제 사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포함한 제대로 된 조치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16일 오전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개정한 시행에 따른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는 노동단체들 모습. ⓒ프레시안(박호경)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이런 행위를 예방하고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취업규칙에 '금지되는 괴롭힘 행위', '예방교육', '피해자 보호 절차', '가해자 징계 조항', '재발방지 대책' 등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가해자에게 직접적인 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단체는 "직장 내 괴롭힘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된 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수준이라 할 수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지도감독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며 노동자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생겼으나 현실적 효력을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동단체가 발표한 부산지역 제조업이 밀집된 공단지역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74명 가운데 82%가 법 시행에 대한 인지를 못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단체는 개정법 시행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회사 자체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92명(33.6%) 가운데 70명(76.1%)은 '사장 등 임원, 현장관리자, 사무직 관리자'에게 당했다고 답하면서 사실상 업무수행에서 사용지시의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괴롭힘을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경험자 중 54명(58.7)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냥 참고 지낸다고 응답했다.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A 씨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통해 부당정직을 인정받고 복직하게 됐으나 회사에서 생산직인 A 씨를 사무실 책상에서 대기 상태로 격리시키며 소외감을 느끼도록 했고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기 힘들었던 A 씨는 원직복직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퇴사하기도 했다.

또한 개정법 시행 후에도 괴롭힘을 당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57명(20.8%)이 '이직하거나 묵묵히 참고 지낸다'고 답변했으며 '회사에 문제해결을 요청한다'는 답변은 84명(30.7%)에 불과했다.

결국 법이 시행되더라도 회사의 조치와 예방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사실을 드러낼 경우 오히려 인사, 고용상 불이익 등 2차 가해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동단체는 "시행되는 법 조항에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 또한 괴롭힘을 노동청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소속 회사에 신고하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사와 조치를 취하기 대문에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사업주에 대한 처벌조항 추가, 2차 피해 방지,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 등의 추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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