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엔사 강화 시도, 또 다른 대북 압박 카드?

[기고] 일본군 한반도 진출 문제만이 전부 아니다

최근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 지원 국가에 일본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계획이 성사될 경우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데, 국방부는 이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연합뉴스 2019년 7월 11일).

유엔군사령부를 대표하는 미국이 유엔사의 기구와 역할을 강화하려는 배경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 강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유엔군사령부는 1978년 설된 한미연합사령부에 한국 방위를 넘겨준 뒤, 현재는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으로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된다 해도 지난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령부에 의해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유엔군사령관은 연합사령관이 겸하고 있는데 지난해 남북경협 등의 남북 화해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지난해 8월 남북이 공동으로 경의선 철도의 북측 구간을 조사하려던 계획을 두고 통행계획 통보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남측 인원과 열차의 군사분계선 통행계획을 불허했다가 뒤늦게 승인했다.

미국이 유엔군사령부의 간판으로 남북관계에 제동을 건 뒤 향후 비핵화 국면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이 어떤 형태로든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뒤여서 미국의 유엔사 강화 계획이 더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북한을 거론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의 유엔사 역할 변경 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언급해 왔는데 미 의회 등은 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고 일본도 미국 입장에 동조했었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면서도 의회를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주둔 입지를 다지는 한편,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추켜 세우면서도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이중적 정책을 쓰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군사 외교적인 입장을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되는데, 유엔사령부를 동원해 미국의 대북 군사적 입장을 강화하려 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전시작전권의 행사를 포함해 주한미군의 전력구조와 편제를 중국 포위 등을 목표로 한 아시아태평양 신속 기동 군으로 변환했다. 전략적 유연성 등 각종 군사협약에 의해 미군은 이미 대북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얼마 전 북미 양국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취한 태도는 한미군사관계, 한국의 국방자주권 현주소가 무엇인지를 압축해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한국전쟁 전후 북한 제재를 시작한 미국은 현재도 20여 개의 법령과 행정명령, 연방 규정을 통해 중첩적인 제재 망을 갖추고 있다. <한국정치학회보> 2017년 가을 호에 실린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48년에서 2005년까지 취해진 전체 386건의 제재 중 미국 독자 제재가 전체의 85%인 328건이었고 다자 제재는 58건에 불과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의회는 총 26개의 북한 관련 법안 및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중 절반이 넘는 14개 법안이 주로 북한 제재를 포함한 안보나 군사에 관련한 이슈였다.

북한이 2013년 2차 및 3차 핵실험, 2016년 4차,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북미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고 미국은 2017년 독자적 대북 제재를 모두 124건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로 돌아선 2018년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의 해상 활동 등에 대한 독자적 대북 제재를 멈추지 않고 있다(미국의소리방송 2018년 10월 26일).

올해 상반기 미 의회에서 발의된 한반도 외교와 안보 관련 법안과 결의안은 총 10건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며 이들 법안은 대북제재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이 2건,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법안과 주한미군 감축 제한 법안이 각각 1건, 미한일 유대와 미한 동맹 지지 결의안이 상하원 각각 1건씩 총 4건이며, 나머지 두 건은 한국전 종전 촉구 결의안과 북한 수용소 철폐 결의안이다(미국의소리방송 2019년 5월 22일).

이상에서 살펴본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볼 때 미국의 유엔군사령부 보강 계획이 성사될 경우 또 다른 유형의 대북 군사적 압박 강화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 잠정 중단 조치 등을 취했지만 대북 전면전 카드를 여전히 폐기하지 않아, 유엔군사령부 강화 계획에 북한이 반발할 경우 비핵화 목표를 향한 상호신뢰 강화에 역행할 우려가 적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과정에서 국제협약을 외면하거나 힘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비신사적 행동을 해 국제적 갈등을 심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에 의해 국제적 법치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은 "미국이 법이다"라는 식의 제국주의적 태도를 고수하면서 미국 의회가 만드는 법으로 외국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위험한 일방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힘을 바탕으로 국제적 법치를 훼손하는 군사 경제적 압박을 우선한다면 동북아 평화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한국의 경우 비핵화 과정에서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는 대미 경도주의와 북한의 반발, 사드로 인한 중국 보복에 이어 일본의 경제제재에 당면해 그 입장이 궁색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 약이 될 수도 있다. 자주적 역량을 강화한다면 평화통일과 함께 국제적 평화와 안정의 확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1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이 유사시 한반도에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 전력제공국'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은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유엔기를 들고 투입될 수 있어 한국민 정서와 배치되고 북한이나 중국 등 주변국도 반발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2014년 3월 당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의 일장기와 도로 건너편의 유엔기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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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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