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도 "서훈·양정철 만남, 촛불 기반 흔들어"

양정철 "정치 위에 의리" 추가 해명에도 논란 확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 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의당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사적인 만남이었다는 양 원장의 해명에도, 국내 정치 정보 수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국정원의 수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사를 따로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27일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독대 의혹이 제기됐다"며 "자유로운 사적 만남을 민주국가에서 통제할 수는 없지만, 더욱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은 애초 오해를 사지 않는 신중한 행동을 보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행보가 더없이 필요한 시기"라며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넷매체 <더팩트>는 양 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 한정식 식당에서 서 원장을 비밀리에 만나 4시간 독대 만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양 원장은 "그 날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사적인 모임"이라고 해명했으나 야당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보위원회 소집을 검토키로 했다.

논란이 커지자 양 원장은 이날 추가 해명자료를 통해 "정치행위가 아니라 저의 사람 도리, 인간적 예의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 위에 도리가 있고 의리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 원장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치 관련 목적이 아닌, 지인들과의 사적인 회동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양 원장은 "국정원 원장님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지만 남들 눈을 피해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정원장이 비밀 얘기 할 장소가 없어 다 드러난 식당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가정 자체가, 정치를 전혀 모르는 매체의 허황된 프레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밀 얘기를 나눠야 할 눈치 보이는 회동이라면 어떻게 둘이 함께 당당히 걸어나와 한참을 더 얘기를 나누고 예의를 갖춰 헤어지는 모습을 다 노출했겠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일 만찬 참석자들은 모두 서로 아는 오랜 지인이다. 정치 얘기, 선거 얘기를 했다가는 피차가 민망해지는 멤버들"이라고 정치적 목적의 회동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뒤 "공직자도 아닌 민간인 신분을 프라이버시 고려 없이 제가 아무리 곤경에 처해도 일방적으로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다른 참석자들 신원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양 원장은 이어 당일 식사비와 택시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제 식사비는 제가 냈다. 현금 15만 원을 식당 사장님께 미리 드렸다"고 했다. 또 "식당 사장은 제가 일반 택시를 좀 불러달라고 했는데 모범택시를 부른게 미안하기도 하고, 귀국해 오랜만에 식당을 찾은 제가 반갑고 짠하다며 그 중 5만 원을 택시기사 분에게 내줬다"고 했다.

그는 "모처럼 귀국해 옛 지인들을 만나고 인사를 하고 밥을 먹고 음식값 낸 것에서 택시비 5만 원 깎아준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