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께: 전교조 문제 해결, 더 늦춰선 안됩니다

[기고] 전교조 30주년, 축하해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무엇보다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평화의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노심초사하고 계시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넘기면서, 이 맘 때쯤이면 평화의 미래를 누릴 수 있는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셨을 텐데 시절은 생각 이상으로 간단치 않은 듯 합니다.

그래도 6월 국제노동기구 ILO에 참석하시기 전에 핵심협약과 관련한 비준의지가 천명된 것은 참으로 환영할 일이고 감사한 결정입니다. 무엇보다도 핵심협약 87조로 해고 또는 실직자의 노조가입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 것은 특히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전교조 법외노조

그러나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노조 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한 경영계의 반대와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하는 언론, 그리고 그런 입장을 대변하는 정당이 있는 국회의 입법 과정을 생각해보면, 핵심협약 87조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됩니다. 현재 국회가 돌아가는 모양을 봐도 이런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난감합니다. 자칫 ILO 핵심협약 비준이 정치적 제스처로 끝나고 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의 소리 또한 높습니다.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시간만 보내고 그만 지치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겁니다.

아시는 바처럼 오는 5월 28일은 전교조 창립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이 이나마 혁신적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전교조의 기여가 결정적입니다. 그런 전교조가 30주년 생일을 맞이하는 날을 앞두고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이유도 대통령님께서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시대정신"라는 말씀을 하신 바 있습니다.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그러자면, 적폐청산의 희생자들을 우선 원상 복귀시키는 것은 너무나 마땅한 적폐청산의 길일 것입니다. 적폐로 인한 희생을 방치하는 적폐 청산은 적폐청산이 아닙니다.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위해

전교조의 법외노조 조처는 적폐정치의 명백한 산물입니다. 왜 그런지는 따로 설명 드리지 않아도 되리라 믿습니다. 사법적폐 조사 과정에서 이미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적폐청산의 과정에서 전교조 법외 노조 상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은 분명합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은 해직된 교사 9명이 노조원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의 합법적 지위를 행정처분으로 박탈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들 9명의 해직교사들은 학원민주화, 통일운동, 진보교육감 지지 등으로 해직된 이들입니다. 전교조의 합법성을 유지하려면 이들을 내치라는 요구를 전교조는 거부했습니다. 그 결과가 전교조의 법외노조라는 현실입니다.

함께 했던 동지들을 노조의 보호막 밖으로 내몰았다면, 전교조는 여전히 합법노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노조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건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은 조직이 됩니다. 억울한 희생을 당한 노조원을 지켜내지 못한 채 노조의 합법성을 유지하는 것은 전교조에게 껍데기만 가지고 있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전교조 아닌 전교조가 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이걸 노렸지만 실패했습니다. 법외노조 조처 위협 앞에서 내린 전교조의 결정은 그래서 교육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높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길이길이 기억되도록 해야 합니다.

진정한 교육이란?

대통령님께서는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정신 위에 서 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오셨습니다. 그런데 전교조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조처를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촛불혁명의 정신이 전교조 법외노조 상태를 그대로 두라고 하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재판중인 사인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다리자고 합니다. 그 재판은 3년 반이 넘도록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고, 만일 법외노조 합법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대법원 판결이니 그걸로 모든 게 끝납니다. 정부가 정말 할 수 있는 바가 없기 때문에 사법부의 결론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요? 우리가 그런 정도의 정부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지난 6년의 시간은 어느새 서른 명 이상의 해고자를 낳았고 전교조 조직에 부당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행정처분으로 결정된 사안은 행정처분을 취소하면 되는 쉽고 빠른 길이 있습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고,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는 바입니다. 이런 요구가 맞긴 한데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논리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야 전교조 법외노조 조처 취소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정확한 요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법적 논쟁을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세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첫째, 전교조 법외노조 조처가 정당하다고 보십니까, 부당하다고 보십니까?
둘째, 뜻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상황논리 때문에 버려도 된다고 학교에서 가르쳐도 되나요?
셋째, 촛불혁명은 전교조의 법외노조가 지속되는 것을 지지할까요, 아니면 반대할까요?

촛불혁명의 정신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의 답은 분명할 줄로 믿습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조처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상황논리 때문에 친구를 버려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촛불혁명은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죽이기를 결코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ILO 가시기 전에 하실 수 있는 일

직권취소 조치가 내려지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법적 판단 절차도 중단됩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일이 아니라, 애당초대로 사법부가 판단할 까닭이 없게 하면 됩니다. 우리로서는 정부와 사법부가 감당하기 싫은 짐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밝히신 마당입니다. 이왕지사 그 의지를 입증할 실례를 하나 만들어 ILO 총회에 참석하시면 어떨까요? 전교조 문제 해결을 징검다리로 하고 ILO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요? 그래야 참석의 의미가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전교조 30주년, 축하해주십시오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 자랑스러움이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더욱 빛나게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방법이 없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전교조 30주년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법외노조 조처 취소라는 생일 선물을 안겨주시고 혁신교육의 미래를 축하해주신다면 적폐청산의 교육적 역량은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무수한 동지를 순식간에 얻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반대자를 두려워하시는 것은 아니실 거라고 믿습니다.

답이 이미 눈앞에 있는데 멀리 돌아가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너무 늦게, 그것도.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자 한국장학재단 이정우 이사장의 최근 발언이 계속 귀에 꽂힙니다. "문재인 정부도 좀 더 개혁성을 추구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전교조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강력한 촛불혁명 동지들입니다. 고난을 이겨내고 있는 동지들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5월 28일은 전교조 창립 30주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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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미국 진보사학의 메카인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화독법>, <잡설>, <보이지 않는 식민지>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 했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프레시안 대표 필자 중 하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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