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교섭단체 3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한국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종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에 대한 사과와 철회,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등으로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 초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여야 4당이 힘을 모아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들을 원천 무효화시키라는 것이다. 실제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2일 국회 복귀 조건으로 "불법 남용으로 태워놓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그 법을 겸허하게 내려놓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원내대표·중진 연석회의에서 "대충 국회만 열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유야무야하지 말고 패스트트랙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원천무효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은 불법이고 무효인 게 자명하고 절차와 내용, 방향이 모두 틀렸는데 이 상태에서 국회를 연다고 한들 어떠한 진전을 보기 어렵다"며 "권력 장악에 눈이 멀어 아마추어만도 못한 법안을 밀어붙였고, 당정 간 의견 조율도 안 된 상태에서 청와대가 무리하게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원유철·홍문종·김재원·염동열 의원 등이 검찰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고, 패스트트랙만으로 의원 50여명이 고발당했다"며 "반면 손혜원 게이트는 수많은 증거가 있어도 소환 조사조차 안 했는데 야당 탄압을 멈추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국회가 파행에 이르게 된 것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정국 강행 때문"이라며 "패스트트랙 강행과 향후 처리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는 국회에 들어가기 어렵고, 결국 민주당이 하기 나름"이라고 밝혔다.
민주 "사과나 고소 철회 절대 안 돼"
한국당의 '강경 회귀'에 당초 집권당으로서 국회 운영에 관한 포괄적인 차원의 유감 표명을 검토했던 민주당도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원욱 수석부대표는 한국당 측 요구에 "황당할 정도의 내용"이라며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나 고소·고발 취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정상화 논의가) 거의 원점으로 회귀한 수준"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뒤 박찬대 원내대변인도 "(한국당이 제시한 합의문 초안에) 철회나 사죄 언급이 들어간 판에서는 실질적으로 협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유감 표명을 전제조건으로 한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사과·사죄·고소 철회는 절대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최소한의 요건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진행 과정에서 민주당은 오히려 저지당하는 피해를 봤다. 사죄할 부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 정상화를 위해 유감 표명을 검토하는 정도이지 유감 표명을 전제로 정상화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며 "(한국당에 복귀) 명분을 먼저 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경한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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