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을 국제특별형사재판소로!

[기고] '광주 왜곡'에 대한 우리의 관용은 너무 컸다

진실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여러 '광주 관련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들에 힘입어 1980년 비극적인 광주학살의 묻혀 있던 진상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초점은 철저히 준비된 군사작전에 의한 계획적이고 야만적인 집단살인 범죄로 모아지고 있다.

'광주 왜곡'에 대한 우리의 관용은 너무 컸다

그간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광주의 아픈 상처를 묻고 용서하자는 분위기가 존재해 왔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를 틈타 광주에 대한 갖가지 왜곡과 궤변 그리고 몰상식 심지어 광주와 호남에 대한 적반하장의 극단적인 지역 차별주의와 적대주의가 우리 주변에서 정치권에서 온라인까지 사회 구석구석에 독버섯처럼 번져나갔다. 급기야 그런 극우 세력은 이제 광주의 5월을 맞이해 아예 광주 한복판에서 항의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의 그릇된 자기 확신은 지나치게 강하다.

최근 필자는 알고 지내는 법조계의 점잖은 한 분이 지만원 등 극우 인사들의 광주에 대한 각종 왜곡 논리와 궤변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발생한 일인 데다가 그 수십 년 동안 그 올바른 진실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채 도리어 정치적 시비거리로 이용되어 조롱 받아온 저간의 객관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우리는 '광주 왜곡'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어왔다.

'광주 문제'의 해결 없이 우리 사회의 내일은 없다

'광주 문제의 해결'은 곧 그날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학살범죄의 책임자가 단죄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이렇듯 광주의 진실을 규명하고 학살의 책임을 논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그리고 이 과제는 결코 정치적 타협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광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원칙'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상호 신뢰'는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의 민주주의 역시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광주에 대한 온갖 억지와 궤변 그리고 정치적 이용은 이제 반드시 종료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는 함께 공동체로서 미래로 전진해 나갈 수 있다.

전두환의 반인도 범죄, 국제특별형사재판소에서 단죄해야


다만 현 시점에서 1980년 5월 자행된 광주학살 범죄는 1980년에 발생한 '반인도(反人道) 범죄'이기 때문에 현행 국제형법과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직접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국내 법원이 국제형사범죄법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6조)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 법규에 국내법의 효력을 부여하고 있고, 이 국제 법규에는 국제 관습법도 포함된다. 또 뉘른베르크 나치전범 재판 이후 국제형사범죄의 가벌성은 이미 국제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왔다. 따라서 1980년 자행된 광주학살도 국제형사범죄인 반인도 범죄로서 당연히 국제 관습법에 따라 처벌대상이 된다.

국제형법상 반인도범죄는 전두환 일당이 과거 재판받을 당시 죄목인 내란목적살인죄와는 보호법익과 성립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범죄에 대한 재소추를 금지하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되지도 않으며, 국제형사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도 배제된다. 전두환 일당이 과거에 내란죄,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처벌 받고 사면까지 받은 바 있지만, 지금 새롭게 혐의가 밝혀지고 있는 광주학살의 '반인도범죄'에 대한 처단은 바로 지금부터라고 할 것이다.

광주 학살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그 범죄 책임자는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 이제 국제적 차원에서 객관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반인도범죄 처단과 청산을 위하여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의 협력 및 자문 하에 국제특별형사재판소를 설치하여 조사, 처단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 길이 '광주'를 살리는 유력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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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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