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취임 인사차 한국당을 찾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게 한 말이다. 이 의원은 "밥을 잘 사준다고 했으니 밥도 잘 먹고 말씀도 잘 듣겠다"고 화답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이후 경색된 국회가 민주당 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당의 국회 복귀 여부를 가늠할 첫 무대로 주목받은 이날 상견례에서 두 원내대표가 연출한 분위기는 화기애애였다. 나 원내대표는 "제가 사실 함부로 얘기하면 당선에 일부 문제가 있을가봐 말을 안 했는데 그래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세 분 중 제가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이인영 의원이 하는 연구단체는 제가 이름도 모르고 이름 빌려달라고 했을 때, 이름도 빌려줄 만큼 17대 때 처음 시작해서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도 "나경원 원내대표를 모시고 20대 국회 마지막 임기를 보낼 수 있는 게 굉장히 기쁘다"며 "합리적인 개혁보수의 길을 갈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기대도 크고 늘 응원했다. 원내대표 선거 때 제가 응원 많이 한 것 알고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그래서 제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때) 친하다고 말 안 했다"며 "당선에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라고 웃으면서 농을 건네기도 했다.
또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하늘색 정장을 입은 나 원내대표는 "역지사지도 해보고 케미를 맞춰보려고 민주당 색깔 옷은 없어서 그래도 비슷한 색으로 입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가 "바른 미래당 색깔이 아니냐"고 농을 건네자, 나 원내대표는 "사진찍어 놓으면 민주당하고 더 가깝다"며 웃음으로 답했다.
이인영 "국회 정상화 노력하자"... 나경원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지말자"
분위기는 좋았지만 국회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 더 확대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해서 국회가 국민을 바라볼 수 있는 국회로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말 잘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설마 청와대 말을 잘 듣는 분은 아니시겠죠"라며 "국민 말씀을 잘 들으면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할 일이 참 많을 텐데 이게 어떻게 어려워졌는지 잘 알 것이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며 "패스트트랙을 태운 제도들도 어떤 게 국민을 위한 건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다. 방법론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직전에 우리가 국회에서 너무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것을 치유하기위해서 어떤 지혜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도 해보겠다"며 "말씀하신 그대로 국민의 말씀을 잘 듣고, 딱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찾아뵙자마자 국회 정상화 위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산불이나 지진 등 국회가 반드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 있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경청하고 싶고 가능하면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빠르게 민생을 챙기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5.18도 다가오는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서 당면한 문제 해결해야 하는 점들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너무 한꺼번에 오늘 만나서 다 해결하시려고 하지 말고 지혜를 모아보자"고 말하자, 이 원내대표도 "아유.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냐"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추경, 개헌론으로 국회 정상화 견인?
이날 각당 원내대표들이 내놓은 국회 정상화 방안은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개헌 논의 착수로 요약된다.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 예방 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6조7천억 원 규모의 추경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당이 재해 재난 추경을 분리 처리를 요구하는 가운데, 강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시점이 있어서 분리추경 같은 수정안을 다시 내는 방식은 힘들다"고 말해 진통을 예고했다. 그는 "지금 통과돼도 7월부터 집행이 되는데 조금만 늦어져서 8~9월까지 가면 본예산을 짜지 무엇하러 추경을 하겠냐"며 "추경을 심의하면서 조정한다면 몰라도 지금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추진 이후 개헌 논의가 국회 정상화의 디딤돌이 될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한국당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만큼 개헌 논의 시작을 조건으로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이런 의견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국회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 개헌 논의도 같이 병행해서 선거법과 함께 테이블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도 개헌 논의를 하면 선거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개헌을 20대 국회에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큰 지혜와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선거법 개혁과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병행할지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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