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접전' 예상 깬 이인영 압승, 이유는?

친문 총선 체제 부담 작용한 듯…당청관계 변화로 이어질까

8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인영 의원이 당선됐다. 김태년-이인영 '2강 구도'라는 분석과 달리 표 차이가 컸다. 76 대 49(결선투표). 과반을 넘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치렀지만 1차 투표부터 대세가 확연했다. 54(이인영) 대 37(김태년) 대 34(노웅래).

친문 주류와 거리가 있는 이 원내대표에게 범친문 의원들도 표를 던졌다. 친문 핵심이자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김태년 의원의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이 이를 반증한다.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이해찬 대표와 함께 내년 4월 총선을 이끌 민주당의 간판을 뽑는 선거였다는 의미다. 지도부가 친문 일색으로 구성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비주류 원내대표를 선출한 의원들의 동기로 분석된다.

이런 결과가 친문으로 분류되는 홍영표 전 원내대표 체제와 달리 당청 관계에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당내에선 청와대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원내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개혁'을 키워드로 제시한 데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더좋은 미래' 등 당내 개혁그룹의 지원 사격을 얻은 만큼, 민주당이 보다 개혁적 색채로 변모할지도 주목된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86 그룹'의 핵심 멤버인 이 원내대표는 젊은 의원들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홍영표 원내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은 인터넷은행법,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의 문제를 놓고 '우클릭' 비판을 받아왔다.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로서 '쉬운 해고법' 저지에 팔을 걷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당선이 곧바로 주류-비주류 갈등이나 당청 엇박자로 표면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해철 의원 등 친문 주류 일각에서 이 원내대표를 지원한 데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40% 후반을 유지하고 있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선 갈등 관리가 우선시 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 소감을 통해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살아온 게 부족했는데 다시 한 번 기대해주시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거듭 감사하다"며 "87년 6월 항쟁 때 이해찬 대표를 모시고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이 대표를 잘 모시고 우리 당의 넓은 당교를 통해서 강력한 통합을 이루고 그것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권교체 때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가치 중심으로 하나가 되고 용광로 감성을 회복해 주류, 비주류가 없는 완전체로 새로운 통합 질서를 만들어내는 민주당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통합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원내 정책을 이끌 이 원내대표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패스트트랙 후폭풍 정국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일차적 관건이다. 장외로 나가 '반정부 투쟁'을 선포한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까지 대여 공세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는 한국당을 설득해 국회 정상화를 이룰 카드가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무조건 굴복하고 들어오라는 것은 가능한 얘기가 아니"라며 "민생보다 더 좋은 정치 명분은 없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 등 민생 분야 협상을 고리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접점 찾기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내일이라도 찾아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당 내부를 향해선 "저에게 걱정하는 것이 협상을 잘 할 것이냐는 것일 텐데 128명 의원들 전체가 협상한다는 마음으로 협상을 하겠다"며 "늘 지혜를 구하고 의총이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될 수 있도록 집단사고에 근거해서 협상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 고집이 강하고 융통성이 없다는 일각의 평가를 의식한 듯 "제가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원내대표를 하면서 깔끔하게 불식시키겠다. 부드러운 남자가 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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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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