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정의당 공동 교섭단체 구성 '빨간불'

정의당 공식 요청에도 평화당 내부 반발

4.3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당선되며 정의당은 민주평화당의 공동 원내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평화당 내부에서 총선을 앞두고 독자 노선을 명확히 해야한다는 반대 기류가 고개를 들고 있어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은 지난해 4월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라는 이름의 원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최소 20인 이상으로 구성되야하는 교섭단체는 상임위와 예산 협의 과정에서 주요 협상자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故) 노회찬 의원의 유고로 이들은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노 전 의원의 지역구에서 여영국 의원이 당선되면서 정의당은 당선 일성으로 민주평화당과의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 의원은 당선 직후 소감을 통해서 "국회로 가서, 가장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서 민생개혁을 반드시 주도하겠다"고 말했고, 5일 윤소하 원내대표는 "국회를 바꾸고, 정치를 바꿔나갈 수 있도록, 민주평화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논의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평화당에 공식 제안했다.

지난달 28일 이례적으로 다른 당 소속인 여영국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서기도 했던 정동영 대표는 지난 4일 "물론 당내에 다른 의견도 있지만 정치는 대의명분과 원칙, 일관성이 중요한 만큼 교섭단체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의당과 국회 공동교섭단체 복원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평화당 내 반대 기류 고개들어 "총선 앞두고 독자 노선으로 가자"

하지만 민주평화당 내부에서는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복원을 반대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오히려 내부 분위기는 (평화당) 독자 노선으로 가자, 이제 선거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여러 가지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 섞일 필요가 없다는 (정서가) 강하다"며 "만약 교섭 단체를 하면 저는 참여 안 하겠습니다고 하는 분들이 서너 명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저도 그쪽"이라며 박 의원도 교섭단체 구성에 반대 의견을 더했다.

평화당 원외위원장인 민영삼 최고위원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바른미래당에서 오실 분도 계실 테고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꼭 정의당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평화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결론짓기로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최경환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당의 진로와 관련된 중대 사안이기에 성급하게 결론 낼 일이 아니라는 의견을 나눴다"며 "9일 저녁 의원총회를 열어 긴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5~6명 정도 발언했지만, 찬성·반대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논의의 틀을 갖추고 별도의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해서 논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5일에 4월 임시국회가 소집된다고 하니 그 전에 결론이 날 것 같다"면서도 "그때까지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당내 반대의견이 고개를 들면서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힘을 실어온 정동영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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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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