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희가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질문드리지 않은 것입니다."(박영선 의원, 2013년 6월 17일 법사위원회 속기록)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김학의 성폭행 사건'을 알리며 차관 임명을 만류했다는 주장의 파장이 정치권 전반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에 남겨진 박 후보자의 발언은 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내놓은 주장처럼 둘 사이의 관련 대화가 오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저희는 법무부장관님의 권위와 또 저희가 법사위에, 제가 특히 법사위원장으로서 법무부장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에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황 증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후보자의 질의 시점은 2013년 6월이기 때문에 황 대표가 김학의 차관 임명(3월) 전에 이 사실을 인지했는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황 대표가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2013년 7월 김학의 차관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되기 전에 장관으로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8일 2013년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박영선 후보자가 김학의 차관 임명 직전 '김학의 성폭행 동영상'에 대한 사실을 황 대표에게 전달했음을 들었다면서 박 후보자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박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2013년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박영선 후보자가) 저한테 전화로 낄낄거리면서 '황교안 장관한테 ('김학의 성폭행 영상'에 관한) 이야기를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며 "아무튼 (박 후보자와) 전화로 그런 이야기를 해서 '그랬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딱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2013년 6월 17일 법사위원회 속기록과 국회방송 동영상에서도 황교안이 김학의 사건을 알았다는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있다"며 "그런데도 황교안 대표는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학의 차관의 임명 이후 사건이 은폐·축소된 의혹이 있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 황 대표가 관여한 사실이 없다면 낱낱이 숨김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김학의 사건을 몰랐다고 부인했던 황교안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황교안 "박영선 만났지만 일일이 기억 못해"
그러나 황교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자를) 여러번 자주 만났고 그 와중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일일이 기억 못한다"면서 "그런데 제가 CD를 보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황 대표는 "('김학의 성폭행 사건' 관련) CD를 본 일이 없다"며 "제가 말한 것은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또 "중요한 건 차관 임명할 때는 검증을 거쳤고 그게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앞서서도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사건과의 무관함을 주장하며 전날 박 후보자의 청문회 주장에 대해 "택도 없는 소리",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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