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관리, 왜 이러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회복지시설 위수탁 제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꾸자

현재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종합복지관 등 대다수 사회복지기관은 위수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위수탁제도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기관이 위탁자가 되어 민간기관의 수탁자들과 계약을 맺고 사회복지서비스를 대상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1980년대 이후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이전에 사회복지서비스 인프라가 민간시설 중심으로 성장해 있었기에 정부는 이미 마련된 사회복지시설과 인력 등을 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민간부문은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정책에 따른 민간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민간부문이 공공부문으로부터 위탁받은 건 단순 사회서비스 제공만이 아니다. 당연히 사회서비스의 공공성까지도 위임받았다고 할 수 있다.

전포종합사회복지관 : 수탁 이후의 관장 교체

그러나 최근 몇몇 수탁 기관들이 민주성과 투명성, 공공성 등을 준수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부산에 있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을 보자. 얼마전 수탁 법인이 바뀌었다. 새로 복지관을 맡은 재단법인 그린닥터스는 이전 법인에서 관장을 하던 사회복지사를 관장 내정자로 정하고 위수탁 심사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위수탁 심의 요건은 수탁자의 적격성, 시설 운영의 전문성 및 책임성, 지역 사회와의 협력관계 조성 능력 등이다. 이 중 시설 운영의 전문성에서 법인의 운영 능력도 평가하지만 관장 또한 평가 대상이다. 관장이 어떤 전문성과 기획력을 가지고 운영해 나갈 것인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관장 내정자가 자료 준비와 발표를 마쳤고 그린닥터스가 위탁운영 약정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그린닥터스는 위탁 운영 약정을 체결하고 난 후 관장 내정자의 휴가와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등을 문제 삼아 관장 내정자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 갑자기 법인이사회를 개최하여 관장 직무대행을 임명하고 관장 공개채용을 결정하였다. 이사회 개최 두 시간 전에 직원 2명에게 긴급히 이사회 참석을 요청하였고, 관장 내정자에게는 아무런 사전연락이 없었다. 결국 관장 내정자는 기존 법인의 위수탁 계약 종료와 함께 근로계약 만료로 자동 퇴직되었다.

▲ 전포종합사회복지관 문제를 계기로 부산 지역 복지관의 위·수탁 문제를 지적하는 집회. ⓒ사회복지연대

이에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은 수탁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부산 진구 구청장 면담을 진행하였다. 복지관 운영위원회도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고 구의회의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부산 사회복지종사자 500여명도 사회복지 공공성 사수와 위수탁제도 개선을 위한 모두 행동의 날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은 정상화가 안 되었고 여전히 관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하안복지관 : 위수탁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하안종합사회복지관(이하 하안복지관)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근래 하안복지과 위수탁계약이 끝나 새로 법인 공모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사단법인 '나눔과 섬김'과 '이웃사랑실천회'가 응모했다. 최종적으로 하안복지관을 8년 동안 운영해온 '이웃사랑실천회'가 적격심사에서 탈락하고 '나눔과 섬김'이 최종 선정되었다.

이에 대해 당초 위탁기관이었던 '이웃사랑실천회'는 새로 선정된 위탁기관인 '나눔과 섬김'이 사회복지관 운영 경험이 전무하고, 법인 전입금 문제, 관장의 경력 사항, 복지관 각종 프로그램 운영 등의 전문성 부족 등을 지적하며 심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또한 하안복지관 직원 및 사회복지계 등도 위탁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시했다. 광명시가 위탁 공고문 심의 기준과 무관한 프리젠테이션 시간, 이사장의 적극성 등을 고려하였다는 것이다.

광명시는 민간위탁 적격심사위원회에서 총 15가지 심사 기준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하여 선정하였기 때문에 직원과 사회복지계의 의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하였다. 또한 하안복지관 직원들은 고용승계가 되니 문제제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마무리 되지 않았다. 다수의 사회복지사가 심사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며 광명시에 하안복지관 민간위탁 정보 공개를 청구하였고, 이에 대해 광명시는 비공개 결정을 통보하였다. 다시 광명시 정보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이 접수되었고 광명시는 다시 이의신청을 기각했으며, 현재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기각 취소 청구가 접수된 상태이다.

진각복지재단 : 시설 사유화

서울에 있는 진각복지재단도 논란이 되는 사례이다. 여기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직원들에 따르면, 대한불교진각종이 설립한 진각복지재단은 일상적으로 종교의식을 직원들에게 강요했다.

재단은 종교의식 참여뿐만 아니라 종단과 법인의 행사 때마다 각종 명목으로 후원금을 강요하고 이를 기관 차원에서 확인하고 점검하였다. 또한 부당한 지시와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산하 시설 간 인사 이동, 지방 발령, 직위 강등, 부당해고 등도 진행되었다. 법인은 수익 창출을 위해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산하 시설을 동원하여 이득을 취하였고 임원과 시설장은 상근 의무를 위반하고 영리 업체를 겸직하였다. 정리하면, 전국의 44개의 시설을 운영하는 대형 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재단이 종교와 사회복지를 명목으로 대중에게 악행과 불의를 행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였다는 비판이다.

▲ 진각복지센터 앞에서 '진각복지재단 규탄 및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 ⓒ민주노총 사회복지지부

시민사회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진각복지재단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서울시에게 진각복지재단의 사회복지시설 운영 중단과 위탁 해지를 요구하였다. 이에 서울시는 진각복지재단 산하시설인 성북노인복지관과 월곡복지관의 수탁해지 및 시설장 교체를 예고통지하였다. 하지만 진각복지재단은 문제가 된 시설 상호간에 '시설장을 부장으로', '부장을 시설장으로' 맞교체 하는 소위 '문제시설간 돌려막기' 인사를 통해 본래 시설장 교체 명령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편법을 동원했다. 그러자 사회복지계가 다시 반발하면서 결국 진각복지재단은 성북노인복지관과 월곡복지관의 위탁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서울시와 성북구에 통지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수탁 제도 개선을 권고하다

최근 위수탁을 둘러싼 사례들은 사실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수탁 제도 자체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공정성이 논란이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민간위수탁 관련 조례 개정을 권고했다. 권고안은 민간 위탁사업의 준비단계에서 세부기준을 마련하여 민간위탁사업 추진의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진행단계에서는 수탁기관 선정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선정기준 및 배점 등을 사전에 공개하고, 이해관계인이 수탁기관 선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그리고 수탁기관 선정과 관련한 이의신청 절차를 둬 필요 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위해 민간위탁사업이 완료되면 사후 성과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은 위수탁 관련 제도 개선의 중요한 계기임에 틀림이 없다. 최근 몇몇 기관에서 벌어진 사례가 공론화되면서 만들어진 소중한 성과이기도 하다.

특히 위수탁 심의 과정에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구성을 지자체장이 지명하고 임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복지 주체가 참여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래야 심의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비리 시설과 법인에 대해서는 위탁 주체인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여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민간위수탁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조치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을 조례에 반영하고 또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위수탁 제도를 운영하도록 사회복지계 역시 적극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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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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