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였던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의 '선(先) 행동'을 촉구함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사이의 간극이 한발 더 멀어진 분위기다. 전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우리는 점진적 비핵화가 아닌 토탈 솔루션을 원한다"고 밝혔던 기류 변화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12일(현지 시각) 텍사스 주 휴스턴을 방문해 지역 방송사인 'KRIV 폭스 26 휴스턴'을 비롯, 지역 매체들과 잇달아 인터뷰를 가진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말은 쉽다"면서 "우리는 오로지 행동만을 가치 있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봐야 하는 건 행동이며 그것이 우리가 믿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몇 달 안에 얻어내길 희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나와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무려 여섯 번이나 그렇게(비핵화하겠다) 말했다"며 "이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비핵화를 해나갈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는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해 이같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제안됐던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았고, 따라서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며 "우리 희망만큼 많은 진전을 이뤄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김 위원장은 그동안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요구하는 만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제적인 제재가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주요한 원인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글로벌한 연합'을 구축했다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 "전 세계는 김 위원장의 핵무기가 이 세계에 가하는 위협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북한의 전기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들은 정제유 제품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가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도록 설득한 방법의 하나는 그들이 수입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는 것이었다"면서 제재의 효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움직임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즉답을 피하며 "사람들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난해 북한과 진전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변화는 있었다"며 "그들은 추가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고 더이상 핵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우리는 진전을 이뤘지만 분명히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며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그 결과(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며, 북한 핵무기의 위협이 감소하길 바라면서 이 길을 따라 걸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 협상을 "긴 여정"이라며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이러한 상황에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문제"라고 말해 본격적인 협상이 재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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