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 지구를 구하는 '등교 거부'

[초록發光] 냉소 부르는 미세먼지 대책은 이제 그만

바람이 분다. 지난해 8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시작한 1인 시위가 전지구적인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호주, 영국 등 지구 곳곳에서 많게는 수천,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매주 금요일을 학교가 아닌 거리에서, 의회 앞에서 보내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후운동으로 부상한 청소년들의 등교거부 물결은 이제 한국으로까지 밀려오고 있다. 오는 15일 전지구적인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청소년기후소송단이 앞장서서 기후악당국가 탈출을 위한 '청소년기후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홈페이지에 집계된 바에 따르면, 3월 15일 70개 이상의 국가, 700여 곳에서 학생들이 등교거부(school strike)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 다시 말해 이들은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신속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흔히 청소년에 초점이 맞춰져 세대 간 불평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기후운동은 기후 불의(climate injustice)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기후 불의를 방치하고 조장해온 정부와 기업의 변화 없이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지 묻고 있다. 툰베리,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그녀와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옥 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이제 겨우 미세먼지가 옅어진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을 이야기한 것은 비단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정체가 미세먼지 악화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은 아니다. 미세먼지의 악몽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확대, 강화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었으나 단기적, 임시적, 사후적인 비상 조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역설적으로 정책 실행의 부담이 커졌다. 며칠 사이 쓸 수 있는 비상저감조치는 거의 대부분 제시된 듯싶다. 이중 노후 석탄화력발전의 일부 조기 폐쇄, 석탄화력발전의 출력 제한 확대,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확대 및 도심 운행 제한, 차량 2부제 확대는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미세먼지 마스크 지원과 공기정화기 설치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비상저감조치를 통해 고농도 미세먼지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을지, 그것이 체감할 만한 수준인지는 불투명하다. 비상저감조치가 필요없다는 게 아니라 단기간의 획기적인 개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덫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칫 실외 공기정화기, 인공강우 등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기 좋은 정책을 남발하다 비상저감조치 전반에 대한 냉소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또한 중장기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희미한 상태에서 단기적인 비상조치만 부각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생겼다.

더불어 중국 요인 대 국내 요인의 비중 찾기가 무슨 의미인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묻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줄이면 모든 것이 풀릴 것처럼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마법은 없다. 냉정한 국제관계를 고려할 때, 분노와 비난은 일시적인 화풀이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월경성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되긴 어렵다.

더구나 최근 기사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자료조차 최근 데이터가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의 정확한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대기순환 등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다. 즉 새빨갛게 물든 위성사진은 확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명백한 증거라기에는 빈틈이 존재한다. 예컨대, 국내 미세먼지 자료가 배출원 및 배출량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2차 생성 초미세먼지를 정확하게 추정하고 있는 것인지 적잖이 의문이 제기된다. 평균의 함정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개선 추세에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계속 정체되거나 악화된 이유도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는 듯싶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비중 찾기에 몰두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월경성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었다.

한편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한 보수진영의 상황 진단은 문제가 많지만 에너지전환을 필사적으로 거부하며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단적으로 개선 추세를 보이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012~13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 것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꼭 풀어야할 숙제다. 이때 반드시 검토해야할 것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석탄화력발전과 경유차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1차적으로 통렬한 자기 성찰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카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비판과 중국으로 책임 떠넘기기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보면, 미세먼지 정치의 프레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에너지전환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제기되는 문제는 단기적인 비상저감조치 이상의 미세먼지 대책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세먼지 대책과 에너지 전환 정책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지점에 이르면, 우리 사회는 아직 질문하고 답하기를 주저하거나 꺼리는 듯싶다. 단적으로 석탄화력의 축소·퇴출, 경유차 및 내연기관의 축소·퇴출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우려에 비하면 너무나 적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구매하고 착용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지만 미세먼지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경유 가격 인상이나 전기 요금 인상과 같은 에너지 가격의 문제는 좀처럼 논의되지 않는다. 에너지 소비의 효율화는 물론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의 감소 없이 미세먼지 문제를 풀 수 있을 지 따지는 이들도 적다. 집단적 외면인지, 아니면 기존 에너지체제의 공고함 때문인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인 경로는 상당히 모호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선 미세먼지 문제의 획기적 개선은 요원하다. 중국과의 환경외교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 또한 중장기적인 국내 대응 조치의 강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미세먼지 정치는 단기적인 응급처방을 둘러싼 공방에 머물러선 안 되고 장기적인 탈탄소화를 위한 전환의 장을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야한다. 분명한 전환의 비전이 담길 때 미세먼지 대책이 떠밀려하는 좌충우돌 정책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불확실성을 감내하면서 과감한 실험을 펼 수 있는 토대 역시 전환의 장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아래 미세먼지를 우려하는 이들이 전환의 참여자로, 전환의 주체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만드는 것이 미세먼지 정치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등교거부운동이 미세먼지 정치와 만나는 곳도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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