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는 당신, 누구와 이야기하나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청년 고민상담소 '마음 톡톡'을 소개합니다

곧 상반기 공채의 시즌이다. 공무원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시장은 얼어붙었다.

지난달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가 약 15만 5000명으로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신규 실업자 또한 증가했다. 경력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청년들에게 사회 진입의 문턱은 전보다 훨씬 더 높아지고 있다.

장기 미취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표는 청년들이 '자기의 일'을 갖는 생애 과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임을 말해 준다. 취업에 내몰린 청년들은 사회 진입 문턱에서 탈락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면서 일상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 나 자신에게 쓰는 시간 등 미래 준비를 위한 시간보다 당장 학자금 대출이자를 갚는 것, 생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되는 상황이다.

한국 청년, '건강 심리' 상담을 원한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의든 타의든 감정과 관계를 단절한 청년들은 사회 진입 준비 과정에서의 부담감을 온전히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 사회 진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실제 진입이 좌절되는 과정에서 청년들은 극한의 심적 부담을 경험하면서, 그저 '버티는' 형국이다. 미취업 상태의 장기화,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 더 있을까?

미취업 청년 대상 상담 프로그램 선호를 조사한 <자치단체 청년지원 프로그램 사례연구>(고용노동부, 2018)의 결과를 보자. <그림 1>을 보면, 핀란드(헬싱키) 청년과 비교해 한국 청년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일과 경력' 상담 선호도는 34.5%, 34%로 두 나라가 비슷하다.

그런데 학업과 건강 심리 영역에서 두 나라에서 차이가 컸다. 대졸 이상 고학력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는 '학업' 상담 선호도는 7%로 낮게 나타났지만, '건강 심리'는 23%로 '일과 경력'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핀란드 청년의 경우 학업 상담 선호도는 21%로 우리나라보다 높고 '건강 심리'는 9%로 오히려 낮았다. 두 나라의 비교에서 우리나라 청년들은 '일과 경력'뿐 아니라 마음 건강을 돌보는 상담의 필요성이 확인된다.

▲ <그림 1> 중앙정부 및 지자체 '청년센터'의 운영 상담 프로그램 선호 의견. ⓒ고용노동부

이번에는 <2018 청년수당 참여자 사전 설문조사>(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2018)를 보자. <그림 2>를 보면, 청년수당 선정자 중 41.1%가 마음건강지원프로그램(일대일 마음상담, 그룹 마음상담, 온라인 고민상담소)를 선택했다. <그림 1>에서와 청년들은 마음 건강을 돌보는 것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 <그림 2> 2018 참여자 분석연구 사전 설문조사 결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그런데 청년들의 마음 건강 프로그램 선호와 달리, 실제 마음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3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청년들은 왜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상담을 받을 수 없었거나 받지 않았을까. 청년들이 마음 건강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심리적·경제적·물리적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센터에서 마음 건강 상담 관련 질문을 받아보면, '이 정도의 고민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되는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낄지언정 상담은 '마음이 많이 아파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가는 곳', '고가여서 접근하기 힘든 곳',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므로 시간이 많이 드는 곳' 이라는 인식이 있어 접근하기 어려워했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마음 건강을 지원해 이용 문턱을 낮춰야 한다. 사회적 현실이 급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마음의 짐이 오랜 상처로 남지 않도록 고민 정도의 수준으로도 찾아갈 수 있는 상담 영역을 확보하고, 청년의 현실을 반영한 기반을 구축해 청년의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온라인 고민상담소'를 소개합니다

이에 서울시는 접근성의 간극을 줄여 청년이 일상에서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일례로 내가 일하는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의 마음건강지원팀에서는 온라인 고민상담소를 2018년 7월 개소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고민 사연을 남기고 답변을 받은 참여자들의 후기를 보면 문턱 낮은 마음 건강 지원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다.


▲ <그림3>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온라인고민상담소 "hi, there" 메인페이지 갈무리 화면.

"기댈 곳이 없었다고 생각했을 때, 털어놓을 곳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나의 고민에 대해 '함부로, 멋대로' 접근하고 생각하여 답변한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당신의 고민을 100% 이해하고 공감해요' 혹은 '그건 이렇게 하면 돼요'라는 식의 답이 아닌 '찾아보니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또는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런 고민과도 맥락은 비슷한가요?' 라는 식의 대답이 나에게 정확한 답보다 더 큰 의미의 화답으로 다가왔다"

"직접 만나서 전해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 내가 필요한 순간에 글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등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고민상담소 "hi, there?" 참여자 후기)

온라인 고민상담소 참여자들은 고민상담사인 '마음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그의 비지시적이고 비판단적인 답변에 위로를 느낀다. 또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플랫폼의 존재에 안정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이 상담소의 재방문율은 20%에 가깝다. 일상에서 접근성 높은 고민 상담의 효능을 보여주는 결과다.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온라인 상담 플랫폼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상담 환경 조성이 상담에 대한 청년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게 하였다고 판단한다. 문턱 낮은 마음건강 지원은 서울, 광주에서도 시도하고 있고, 수원, 전주, 대구 등 사업의 필요성과 효능에 대해 공감하는 여러 지자체에서도 사업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 마음 건강 지원은 현재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서비스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 마음건강지원사업에 참여한 마음친구, 전문상담사들이 2018년 사업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에 모였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청년들에게 '심리적 안정지대'를

물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경기불황, 고용시장 악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마음 건강의 어려움을 함께 돌아봐야 한다. 청년들이 부딪히고 있는 실업, 진로이행 좌절, 커뮤니티 단절 등은 지금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이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문턱 낮은 마음건강 지원을 구축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고민을, 앞으로의 삶의 과정에서 마주할 고민을 쉽게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심리적 안정지대를 조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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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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