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자회견 "일부 제재 해제하면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 제안했지만 미국이 수용 거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오히려 영변 핵 시설 폐기 외에 '한 가지의 조치'를 더 해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한 것과 차이가 크다.

28일 자정(현지 시간, 한국 시간 1일 새벽 2시 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규정했다.

리 외무상은 또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을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 1일(현지 시각) 리용호 외무상이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리 외무상의 주장이다. 그는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명백해졌다"며 결렬 책임을 미국 측에 돌렸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요구한 한 가지의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어 "현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며 "완전한 비핵화로의 로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장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다시 협상을 제안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 검증 및 완전 폐기의 대가로 대북 제재 5건을 해제하는 합의가 아니면 협상에 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의 입장 발표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민수용 제재 결의의 부분적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측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제가 받았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이번에 제가 수뇌 회담을 옆에서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좀 이해하기 힘들어 하시지 않는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들이 미국에 "영변 핵단지 전체, 그 안에 있는 모든 플루토늄 시설, 모든 우라늄 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통째로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데 대한 (제안)"이라며 이러한 제안은 역사적으로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이러한 제안에 대해서 미국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기회가 다시 미국 측에 차려지겠는지(마련되겠는지)에 대해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이후 회담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숙소에서 나오지 않은 채 1일 새벽 리 외무상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내부 회의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준비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리 외무상이나 최 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자제하고 비교적 절제된 언어로 협상 결렬 경위를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둠으로써 향후 대화 재개 가능성까지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북미관계 후퇴를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다음은 리 외무상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리용호 외무상 기자회견문 전문>

이번 제2차 조미 수뇌상봉 회담에 대한 우리 입장을 알려드리겠다. 질문은 받지 않겠다.

조미 당국의 수뇌분들은 이번에 훌륭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가지고 이틀간에 걸쳐 진지한 회담을 진행했다.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있은 제1차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에서 공동 인식으로 이룩된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인 제안을 제기했다.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높고 볼 때 현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다.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 나가는데 있어 보다 중요한 문제는 본래 안전 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 조치를 상응조치로 제기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을 영구적으로 중단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도 표명했다.

이 정도의 신뢰 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현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지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

완전한 비핵화로의 로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첫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량의 방안이 실현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다시 협상을 제안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재호 기자(=하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