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짓밟는 왜곡 처벌 방법, 법학자들 의견은?

정치권 '5·18 망언 처벌법' 추진…'신중한 접근' 의견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폄훼 발언을 계기로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을 만들자는 제안이 등장했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행위를 법으로 규제하자는 취지다.

'망언' 수준의 5·18 왜곡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 대입해보면,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역사 문제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규제의 범위나 처벌의 수위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논쟁적인 주제인만큼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왜곡·폄훼 발언을 계기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과 함께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 마련에 나섰다.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이라고 불리는 독일 형법 제130조의 제3항 등의 경우 1985년 형법을 개정해 나치체제가 저지른 제노사이드를 찬양·부인·경시하거나 나치제제 찬양 등의 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혹은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여야 4당이 준비하고 있는 법안도 독일의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과 비슷한 취지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해 이를 처벌하자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박광온 민주당 의원과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이에 해당한다.

김동철 의원 발의안은 처벌 대상을 '반인류적 범죄 사실과 민주화운동'을 대상으로 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광온 의원의 발의안도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를 모욕·비방하는 경우'에도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다. 국민 감정상 입법 취지는 공감대가 폭넓지만, 모욕 및 비방과 표현의 자유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 문제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18 역사 왜곡과 망언을 처벌할 법안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며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 날조, 비방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인 만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공청회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자행되는 왜곡과 날조도 처벌 항목에 포함시켜 강력하게 처벌할 생각"이라며 "다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백주대낮에 국회에서 망언을 일삼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했다.

"5.18 왜곡 형사처벌은 '하나의' 방법... 표현의 자유 침해될 수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은 대체로 관련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법안의 정당성 등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진실 논거 : 역사적 진실의 추구 △피해자 논거 : 생존 피해자와 후손들의 명예 보호 △인간존엄 논거 : 인간 존엄의 침해 △소수자 차별 논거 : 소수자 차별로서의 혐오표현 등의 논거로 관련 입법의 정당성을 분석했다.

홍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것이 5.18 희생자와 유족 뿐 아니라 인구집단 전체의 현재 피해를 야기한다는 측면에서 관련 형법 도입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부정은 5.18 생존 피해자와 유족 등 관련자들 그리고 호남에 대한 차별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며 "그 차별과 혐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5.18 왜곡 행위는 단순히 말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이자 폭력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홍 교수는 "역사적 진실 추구가 중요하다는 측면으로 접근하게 되면 중요한 역사는 너무 많다"며 "국가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제기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5.18 역사 부정죄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역사 부정 행위 자체의 추상적인 사회적 해악보다는 그 표적대상인 특정 인구집단이 과거로부터, 그리고 현재에도 차별받고 소수자 집단이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며 "형사처벌은 '하나의' 방법일 뿐 5.18 왜곡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에 대해 2012년 12월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명예훼손죄로 이를 처벌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아 처벌을 할 수 없었다"며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김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학문 연구, 시사 사건 보도 등의 목적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넣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60년 전후체제를 정비하고 정치적 안정을 확보한 독일이 형법 제130조를 계급투쟁선동죄에서 홀로코스트부인죄로 전환, 개정한 사례를 우리가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 등의 행위보다 5·18 부정표현의 행위가 더 심각한 범죄로 규정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5·18에 대한 범죄적 망언이 과거에도 많았지만 이번에 더 적극적으로 입법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 문제나 위법성조각사유 등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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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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