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은 5.18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기고] 지만원 뒤에 숨은 자한당, 좌시할 일이 아니다

인면수심이란 말이 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 참석한 자들의 행태가 꼭 그랬다. 이미 역사적 사실로 확립된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호도하고, 광주를 능욕한 자들은 무려 제1야당의 국회의원들이었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80년 광주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이 됐다. 이제 40년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 "80년 5월 전남도청 앞에서 수십 수백명 사람들이 사진에 찍혔는데, '북괴(북한)군이 아니라 내다'라고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고 망언을 늘어놓자, 이에 질세라 김순례 의원은 "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기염을 토했다. 지만원 등이 난장판을 벌일 멍석을 깔아 준 김진태 의원이 빠질 리 없다. 그는 영상메시지를 통해 "저는 5·18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들 이러니저러니 해도 5·18 문제만 나오면 다 꼬리를 내린다"고 일갈했다.(☞관련 기사 : 한국당 이종명·김순례, 백주대낮 국회서 “광주는 폭동” 5·18 모독)


지만원이란 자가 그간 광주를 어떻게 왜곡하고, 능멸했는지는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제1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버젓이 그런 자를 국회에 불러 공공연히 5월 광주를 부관참시하는 만행을 태연히 저지른 것이다. 이건 좌시할 일이 결코 아니다.

80년 5월 광주에서 흡사 거대한 기계 같던 국가폭력은 피와 시신과 통곡의 바다를 낳았다. 잠깐의 해방구와 도청에서의 최후. 죽은 자들은 침묵하고 살아 남은 자들은 부끄러워했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화목했고 안온했던 광주시민들의 삶은 전두환을 수괴로 하는 신군부의 무력에 의해 산산조각났다. 조각난 거울을 원상대로 만들 수 없듯이 광주시민들의 삶도 그러하다.

정녕 경이로운 건 광주가 패배의 도시로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광주가 패배의 도시로 남았다면 6월 항쟁도, 87년 체제도, 그리하여 현재도 없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패배한 것처럼 보였던 광주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사회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광주에 의존해 6월 항쟁이 태동되었고, 6월 항쟁으로 지금의 헌정체제가 주조됐다. 하여 80년 5월 광주를 부정하는 자들,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자들, 광주와 광주시민들을 모욕하는 자들은 헌법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역도들과 다르지 않다.

나는 자한당이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당당히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한당은 지금이라도 자당의 몇몇 의원들이 지만원 같은 자와 함께 광주를 부정하고, 왜곡하고, 능욕하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게 맞다. 만약 자한당이 비겁한 침묵 속에 숨는다면 자한당도 지만원, 김진태 등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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