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란 무엇인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후원금 간접비, 어떻게 봐야 할까?

나는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다. 나의 요즘 화두는 "비영리단체란 무엇인가?"다. 최근 동물권보호단체 '케어' 등 여러 비영리단체들의 이슈를 접하며 든 고민이다.
비영리단체는 수익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과 미션을 추구하는 단체이다. 낮은 월급,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일하는 곳이다. 월급이나 조건보다 추구하는 공익에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비영리단체에 모인다.

일상과 미션, 그 간격의 긴장

하지만 우리 단체가 추구하는 미션과 오늘의 나의 일상은 갭이 있을 수 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오늘 닥친 일을 처리하다 보면 그저 오늘의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기도 한다. 내가 일하는 단체에서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성취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게 하고 또 연주회를 갖도록 돕는다.

▲ 2018년 11월에 열린 '올키즈스트라 정기연주회'. 올키즈스트라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 운영하는 아동청소년 관악 오케스트라이다. ⓒ함께걷는아이들

하지만 연주회 당일이 되면 수많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아야 하고 모인 관객들에게 최대한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 아이들을 닦달하게 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큰 행사가 있는 날이면 우리 단체 직원들은 '오늘 이 행사를 하는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이다. 목적을 잊지 말자. 아이들에게 화내거나 닦달하지 말자. 즐겁게 하자'를 여러번 되새기며 행사를 진행한다.

생각보다 이 일상의 업무와 우리 단체 미션을 연결시키는 일은 많은 공을 들여야 가능하다. 이것에 실패하면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 들어온 직원들이 단체를 떠나는 결과가 오기도 한다.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어떤 사업을 하게 될 때, 후원자를 모으는 일도 필수적이다. 후원자는 개인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 사업을 하기 위해서 후원 요청서를 쓰다가 보면 조금씩 조금씩 후원자의 욕구에 맞춰서 제안서가 바뀐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어느 수위에서 멈춰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는 순간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목적 사업을 위해 모금을 하는 것인지, 모금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인지 모르게 되는 순간을 인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 모금 교육을 들으러 갔다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모금을 하기 위해서 해외 사업은 필수적이라는 얘기였다. 사실 사업의 내용이나 결과는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나는 그러한 의도의 차이가 단체의 존립을 완전히 흔든다고 생각한다. 해외 구조 사업을 위해서 모금을 하는 것이지, 모금을 위해서 해외 사업을 시작하는 그런 의도 말이다.

비영리단체에서 간접비를 어떻게 봐야 할까?

후원자들은 자신의 후원금이 100%가 모두 직접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결연 후원의 경우 내가 5만 원을 후원하면 결연 아동에게 5만 원이 전달되기 바라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 같다. 하지만 결연 후원을 할 아이를 선정하는 일, 그 아이의 실제 사정이 어떠한지 방문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일, 후원금을 전달하고 그 후원금이 잘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 아이에게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는 일 등 그 일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담당자 혼자서 100명의 후원 아동을 맡더라도 그 담당자의 인건비, 방문비 등 간접비가 들어간다.
사업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간접비는 적게 들어간다. 사업이 섬세하고 촘촘할수록 간접비가 높아진다. 겨울에 정부지원금을 안 받는 미지원 아동복지시설에 난방비를 지원한다고 하자. 미지원 여부만 확인하고 일정 금액을 통장으로 일괄 입금하고 난방비 영수증으로 정산을 받으면 된다. 간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

그런데 개별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업을 한다고 하자. 아이들 개별 개별 사연을 심사하고 크지 않은 비용을 지급하고(지급하는 방식도 어렵다) 누군가 보호자나 기관 담당자가 그 개별 사연을 챙겨서 사연에 맞게 쓰고 이를 피드백해야 한다. 담당자의 일이 많아지다 보니 간접비도 높아진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간접비만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병원비 국가 보장' 활동의 경우, 직접 비용은 거의 없다. 각 단체들이 모여서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서를 내거나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하는 일들이 대부분인데, 실제 수많은 어린이들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단체 입장에서는 사람만 투여하면 되는 간접비만 있는 프로젝트이다.
때로는 단체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간접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모금 문화 에서는 "간접비=쓸데없는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간접비 비용이 낮으면 낮을수록 투명하고 운영을 잘하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으니 후원자들에게 간접비의 필요성을 공감시키는 것은 비영리단체들의 커다란 과제이다.

비영리단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놓치지 말아야

최근 동물권보호단체 '케어'를 둘러싼 이슈가 뜨겁다. 구조한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켜왔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케어 사건은 그동안 비영리단체 비리의 대부분이 횡령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와는 완전 다른 사건이고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동물을 안락사 시킨, 단체 존립의 미션을 저버린 사건으로 다가온다.
비영리단체가 존재하기 위해 너무나 당연하게 지켜져야 하는 미션이 때로는 오늘 당면한 일상과의 갭이라는 소소한 문제에서 시작하여, 후원을 받으려고 일하는지 일하기 위해 후원을 받는지 모르는 경지로 빠졌다가, 후원자와의 소통은 불통이 되는 상황이 되면…. 이제 단체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비영리단체가 이익이 아닌 공익을 추구한다고 하는 그 존재의 이유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늘 긴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너무 당연했던 '맑은 공기'가 숨쉴 수 없는 공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순간 우리는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릴 것이다.

(유원선 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은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연대 집행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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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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