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복동 할머니 빈소 찾아 조문

"김복동 할머니,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암 투병 끝에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명복을 빌며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특1호실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며 조문 내내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

이후 문 대통령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마련한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기거했던 길원옥 할머니를 위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제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가) 23분 남으셨다. 한 분 한 분 떠나가고 계신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미향 이사장은 "김복동 할머니가 수술 받은 뒤 진통제를 맞아가며 의지 하나로 버티셨다. 아흔 넷 나이에 온몸에 암이 퍼졌는데도 (지난해) 9월 오사카를 다녀오고 수요집회도 다녀오시는 등 정신력으로 버티셨다. 의료진이 다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돌아가시면서도 말씀을 많이 하셨다.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 학교 계속 도와달라'라고 하셨고, '나쁜 일본'이라고도 말하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윤 이사장은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오면 금으로 된 도장을 만들어주겠다, 김정은이라고 새겨진 그 금도장으로 통일문서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이 고향인 길원옥 할머니에게 "오래 오래 사십시오"라며 "이산가족들이 한꺼번에 다 갈 수는 없더라도 고향이 절실한 분들이라도 먼저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 고향은 안 되더라도 평양 금강산 흥남 등을 가면서 반소원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외에도 이날 김복동 할머니 빈소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연을 맡은 배우 나문희 씨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2월 1일이며 장지는 천안 망향의 동산이다. 발인 당일 서울 광장 및 주한 일본 대사관 등을 거쳐 장지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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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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