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5년 주기설, 올해 현실화되나?

[안종주의 안전사회] 강한 전파성, 기침예절 중요

올 들어 홍역 환자 수가 56명을 돌파하면서 홍역 유행 5년 주기설에 해당하는 올해 이것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구에서 시작된 홍역 유행이 올해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자 유행 확산을 막기 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홍역 5년 주기설은 홍역을 예방할 수 있는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영유아 수가 누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염성이 높은 홍역이 유행하게 되면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엠엠아르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두 차례 접종을 받아야 하는 엠엠아르백신의 우리나라 접종률은 1차 97.7%, 2차 98.2%로 집계됐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홍역이 대유행을 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수백 명 수준의 소규모로 유행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영유아 접종률이 98%라고 하면 100명 중 2명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접종률이 지난 15년간 유지됐고 한 해 50만 명이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홍역이 크게 유행할 경우 15세 이하 어린이 750만 명 가운데 15만 명가량이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환자 2만여 명 대유행, 그 뒤 5년 주기로 유행

우리나라는 18년 전인 2001년 홍역이 대유행해 국가 차원의 '홍역'을 치른 역사적 경험을 지니고 있다. 당시 발생 환자 수는 무려 2만3,060명이나 됐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사회에서도 우리나라의 홍역 대유행에 긴장을 한 바 있다. 홍역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쉽게 전파되는 대표적 감염병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홍역 환자는 국가적인 노력으로 그 이듬해인 2002년 62명, 2003년 33명, 2004년 11명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도 2004년 한국을 홍역퇴치국가로 선언하며 한국의 이런 퇴치 노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홍역은 5년 안팎의 주기를 두고 산발적 발생과 소유행이 번갈아 일어났다. 이른바 홍역 유행 5년 주기설이다. 2001년 대유행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홍역 발생은 2007년 194명, 2013~2014년 107명~442명으로 소유행을 한 바 있다. 5년 주기설에 따르면 올해가 그 주기에 해당하는 해이다. 방역 당국이 더욱 긴장하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홍역이 최근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구 지역에서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1일 '대구 홍역 유행, 전국 확산 방지 조치 강화'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12월 17일 대구시 첫 환자 발생이후 영‧유아뿐만 아니라 의료종사자에서도 추가 확진되는 등 1월 10일 기준 9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하여 대구시 보건당국이 역학조사 및 접촉자 관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월 대구에서 유행 시작, 확산 1차 저지 실패

하지만 홍역 초기 방역에 실패해 대구·경북에서만 홍역 환자 수가 한 달여 만인 21일 현재 영유아 8명, 성인 8명 등 환자는 16명으로 늘어났다. 성인 가운데는 간호(조무)사 4명, 응급구조사 1명, 병원보조인력 등 병원종사자가 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8일 안산시에서도 0~4살 영유아 5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이들의 부모 3명도 이틀 뒤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안산 지역의 홍역 확진 환자는 8명으로 늘었다. 지난 11일 시흥시에서도 8개월 영아가 홍역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홍역은 메르스나 신종플루, 사스처럼 외국에서 유입돼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홍역이 외국에서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지난해 12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필리핀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며 여행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국내 홍역 환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또 누가 누구에게 전파했는지 파악한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 모든 사례를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태국 봉사활동을 하고 귀국한 경기도 안양시 A씨가 홍역 확정 판정을 받은 바 있어 일부 환자는 외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홍역, 강한 전파성 탓 개인위생과 기침예절 중요

홍역은 디프테리아, 백일해, 풍진, 유행성이하선염, 폴리오, 일본뇌염, 수두, B형간염 등과 더불어 2군 법정 감염병이다. 환자를 발견한 의료진은 지체 없이 이를 신고해야 한다. 홍역은 특히 기침과 재채기 등으로도 전파될 수 있을 정도로 전염성이 매우 높다.

홍역에 걸리면 발열, 기침, 콧물, 결막염을 시작으로 구강 점막에 특징적인 반점이 생기고 고열과 함께 얼굴과 온몸에 붉은 피부발진이 나타난다. 홍역으로 생명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영유아는 제때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심한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홍역 감염으로부터 영유아 등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는 홍역 표준 접종일정에 따라 제때 접종을 받아야 한다. 1차로 생후 12∼15개월, 2차로 만 4∼6세에 엠엠아르백신을 맞아야 한다. 최근 홍역에 걸린 영유아나 성인은 이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례이다.

홍역의 잠복기는 10~14일이다. 발진이 생긴 후 증상이 발현되기 전 1~2일부터 증상 후 4일까지 감염력을 갖는다. 홍역에 걸린 환자와의 직접 접촉에 의해 감염되거나 호흡기계를 통한 비말감염 또는 오염된 물건에 의해 전파될 수 있다. 다른 방을 쓴다고 하더라도 호흡기 감염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없다면 감염될 위험이 있다. 바이러스 질환인 홍역의 치료제는 없고 대증요법으로 증세에 대한 치료만 가능하다. 한 번 홍역을 앓은 사람은 평생 면역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백신접종이 최상이다.

국내외에서 홍역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유행 지역 여행 중 또는 홍역 유행 때 감염예방을 위해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등 개인위생 지키기와 옷소매나 휴지에 기침하기와 같은 기침예절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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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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