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교정시설 합숙' 대체복무안 확정, '징벌' 논란 불가피

정부안 확정, 내년 초 국회 제출 예정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복무 기간을 36개월로, 복무 기관을 교정 시설로 한정한 대체복무안을 발표했다.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의 2배에 달하고 합숙 근무토록해 징벌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8일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한다"며 복무 기간에 대해 "현역병 및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 또 병역 기피수단으로 악용될 우려 등을 고려해 36개월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무 기간과 함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복무 기관과 관련, 이 실장은 "민간 분야 중에서 군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하게 역내에서 24시간 합숙 근무하는 교정시설로 정했다"고 전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판단하는 대체 복무 신청 심사에 대해 이 실장은 "별도의 위원회에서 담당한다"며 "심사위원회는 병역정책의 주무부처인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하되, 위원을 국방부, 법무부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균형 있게 추천하고 위원장을 호선하도록 하여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방부는 관련 법률안에 대하여 입법 예고,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2019년 초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복무안 마련과 관련, "공청회, 전문가 대담,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여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입법예고로 논란이 수그러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군인권센터·전쟁없는세상·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36개월 복무가 확정되면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 기간의 2배가 된다면서,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해 왔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대체 복무자가 현역 복무 기간에 비해 2배 더 많은 기간을 복무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실제 지난 1999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대체 복무자에게 현역 복무 기간의 2배를 명령한 프랑스의 제도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2003년 현역 복무의 2배였던 에스토니아의 대체 복무 기간에 대해서는 "징벌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더라도 이번 국방부 입법예고안의 대체 복무 기간이 너무 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대체 복무자가 현역 복무 기간의 2배를 넘지 않는 기간을 복무하고 있다.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간과 관련한 해외 사례와 이에 따른 시민사회 단체의 지적을 의식한 듯 정부는 1년 범위에서 복무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집어 넣었다.

정부는 이번에 입법 예고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의 제19조 '복무기간'에 "현역병의 복무기간 단축 또는 연장으로 복무기간의 조정이 필요하거나, 복무조건이나 작업 환경 등의 사유로 조정이 필요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했다.

물론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간이 현역에 비해 2배 이상인 국가도 있다. 프랑스의 대체복무자는 현역에 비해 2배, 핀란드는 2.1배의 시간을 더 복무해야 한다.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 현역 복무 기간이 10개월, 대체 복무 기간이 20개월로 국방부 입법예고안의 대체복무자 복무 기간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핀란드 역시 현역 복무 기간이 5.5개월, 대체 복무 기간은 11.5개월에 불과하다.

게다가 핀란드의 경우 출퇴근 방식으로 복무하며 사회복지·소방 등 치안 분야와 삼림 등 자연 보호 분야 등 다양한 방식의 대체 복무가 가능하다. 교정시설로 한정돼있으면서 합숙 근무를 해야 하는 국방부 입법 예고안과는 복무 형태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 그리스의 경우 대체복무자가 우체국이나 법원과 같은 행정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탈리아의 문화유산 보호나 재난 대처 분야, 대만은 주로 소방분야에 근무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이같은 해외의 추세를 고려할 때 대체복무자의 복무 형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기관의 소속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해당 기관을 국방부 산하에 두도록 법안을 만들었지만, 시민사회 단체들은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국무총리실이나 행정안전부 등이 심사 기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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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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