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또 '침대 축구'..."김용균법, 누가 발목잡는지..."

애타는 김용균 어머니 "자기 자식이 죽어도 이럴까" 분통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순찰 업무를 하던 중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는 26일 이른바 '김용균 법'인 산업안전보건법이 막판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죽은 아이 앞에서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고 싶다. 그러려면 이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8가지 쟁점 중 안전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처벌 강화, 위험작업에 대한 도급 금지 등 6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렀으나 도급인 책임범위와 양벌규정 등 2개 쟁점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일부 한국당 의원은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산안법 연내 개정은 사실상 무산된다.

한국당 소속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도급인의 책임 강화 문제와 양형규정 관련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좀 더 법률을 심사숙고하기 위해 각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을 다시 한번 하자"며 "지난번엔 공청회를 통해 일방적 주장만 들었고 이번엔 공개토론회를 통해 이야기를 경청한 후 법안을 심사하자는 제안이 있어서 3당 간사간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일정을 잡아 할 건지 논의하기 위해 정회했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회의장 앞에 하루종일 머물고 있는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김 씨는 "살인을 했으면 살인죄를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이 나라에 묻고싶다"며 "그런 벌도 없는 사람만 받는 벌이냐. 나도 이 나라 국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처참히 잃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한 가정을 처참히 짓밟고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불쾌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오늘 공청회,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더 수렴해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합의할 수 있다는 중간 발표를 듣는 순간, 그들이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며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약속을 지켰다면 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유가족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김미숙 씨는 "본인들 자식들이 그렇게 두 동강이 나고 그런 식으로 죽었으면 이렇게 대처할 겁니까"라며 "왜 차별대우를 받아야 하냐. 저도 이 나라 국민인데. 그들은 돈이 있고 저는 없고 그 차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국민이 아니냐"고 했다.

이어 "저는 다 잃었다. 우리 아들 그렇게 죽고 제가 무섭고 두려울 게 없다. 저도 하다 안되면 죽으면 된다"라며 "그렇지만 남은 자식들은 살려야 되지 않겠냐. 제발 제 눈물을 좀 닦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하루종일 회의장 주변에 머물고 있는 김 씨를 보며 자리에 앉으라고 권유했으나 김 씨는 "조마조마하고 답답하고 기다리면 기다릴 수록 암담하기때문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고 사양했다. 김 씨의 이모도 "오늘 어느 당에서, 왜 이 법안을 발목잡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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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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