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각) 유엔총회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 없는 전원 합의(컨센서스) 방식으로 채택했다. 인권결의안이 합의 방식으로 채택된 것은 지난 2012~13년과 2016~17년에 이어 올해로 5번째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결의안은 주유엔 유럽연합(EU) 대표부와 주유엔 일본 대표부의 주도로 작성됐으며, 2008년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한국은 이번에도 공동제안국 61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결의안에는 지난 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가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고문과 비인도적 대우,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적법절차 및 법치 결여,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의 인권 침해 행위가 언급됐으며 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포함됐다.
또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 △인도에 반하는 죄에 대해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선별적 제재 필요 등 COI의 결론과 권고사항이 언급됐으며, 이에 따라 책임 규명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권고됐다.
여기서 '가장 책임 있는 자'란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목한 것으로,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는 지난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결의안에 명시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의 전반적인 내용이 지난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올해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등 한반도와 북한을 둘러싼 외교적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시됐다.
또 남북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주목하고, 2018년 8월 남북 이산가족상봉 재개를 환영하며,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2018년 9월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환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결의안에서 권고한 유엔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토의는 5년 만에 무산됐다. 미국은 지난 10일 북한 인권 토의를 안건으로 하는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청했으나,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가운데 8개국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회의 소집 요청을 철회했다.
현재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볼리비아, 코트디부아르, 적도 기니,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네덜란드, 페루, 폴란드, 스웨덴 등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 "인권 문제, 조작된 일"
북한은 이번에도 인권결의안 채택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성 주유엔북한대사는 이날 결의안 채택 전 발언에서 "결의안에 포함된 내용에 대해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며 "결의안에 명시된 인권 침해 사례는 몇몇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일본이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것에 대해서도 "(세계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인권을 운운하는 것이 놀랍고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주유엔 북한대표부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토의가 무산된 것과 관련, 이날 성명을 통해 "상당수 국가의 반대로 좌절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안보리가 인권토의를 하는 곳이 아니라며, 이번 토의 무산은 지난 2014년부터 안보리가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인권 문제를 토의하는 것을 반대했던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했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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