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커뮤니티 케어를 '주민들이 살던 곳(자기 집이나 그룹 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 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 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으로 정의한다. 정부는 주거·건강의료·요양·돌봄 서비스 연계라는 4대 핵심 요소별 중점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있다. 먼저 2022년까지 커뮤니티 케어 모델 개발을 위해 공모 사업으로 선정된 시·군·구를 대상으로 선도사업을 실시하고, 케어안심주택 등 주거 지원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며, 관련된 법·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또한 2025년까지 장기요양 등의 재가 서비스를 확충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거나 ICT 기술 등을 통해 케어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재정 전략도 마련함으로써 보편적 제도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인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이 지역 사회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제공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를 ① 주택 개조나 케어안심주택 등의 보완·확충을 통한 주거 시스템 강화 ② 보건의료·요양·돌봄 등과 관련된 사회서비스 확충 ③ 사례 관리 체계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와 치매 국가책임제는 비슷한 말
커뮤니티 케어라는 용어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1989년 노인복지법에 '노인복지시설에서 입소 보호를 받고 있지 않는 불우 노인을 위해 그들에 대한 가사봉사 및 상담을 하는 가정봉사원을 두기'로 한 이후 재가복지·재가노인복지 등 사업을 해왔다. 또 지역사회복지협의체(지금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로 명칭이 바뀌었다), 동복지협의체, 읍·면·동복지허브화, 희망복지지원단, 찾아가는 동사무소 등과 같은 이름으로 유사한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2017년 9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치매 국가책임제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치매인·치매 고위험군 또는 그 가족 등이 가진 욕구·문제에 따라 예방에서부터 초기·중기·말기에 이르기까지 국가·지방자치단체·지역사회 등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으면서 개별적·독립적이며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의 총체'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치매 국가책임제와 커뮤니티 케어는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다. 다만, 치매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모든 지역 주민의 AIP(Aging in Place)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큰 개념이 커뮤니티 케어라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 케어, 주택 공급보다 서비스·인력 확대가 먼저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커뮤니티 추진 계획은 이전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완·개선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아쉽다.
먼저 로드맵에 정부가 2022년까지 케어안심주택 4만 호 공급과 선도 사업 실시를 우선 과제로 정하고, 보건의료·요양·돌봄 등과 관련된 사회서비스 확충이나 전문 인력 양성과 같은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두지 않은 점이 아쉽다. 커뮤니티 케어는 통합적·연속적 돌봄 체계가 전제다. 그렇다면 오히려 그런 돌봄의 수행이 가능한 전문 인력과 더불어 통합적 지원, 서비스 연계, 사례 관리 등이 가능한 이른바 '케어 매니저(나는 이들을 커뮤니티 케어 코디네이터라고 부르고자 한다)'를 양성하고, 그 지역 사회 내 주민의 욕구나 문제에 적합한 여러 서비스를 개발·확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케어안심주택과 같은 주거 정책은 수요 예측, 현재 활용 가능한 자원, 종래 다양한 기관에 대한 기능 재정립 등과 같은 요소들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작동시키는 것이 더 타당하다.
정부안에서는 홈케어 역할을 수행할 요양지도사를 비롯한 여러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런 전문 인력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양성할 것인가와 공통 사정시트의 개발 및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도 나와야 한다. 시트의 범위와 내용을 어디까지 포섭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시트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있는가, 또 있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정부안이 예방적 관점의 커뮤니티 케어 모델은 제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사회서비스원 안에 종합재가센터를 둔다고 하고는 있지만,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기존의 재가노인복지 서비스와의 관계에서도 혼란스럽다. 가정이나 지역 사회에서 생활하려면 예방은 필수적이다. 예방에서 관리나 사후 과정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의 프로세스와 내용도 명확하게 나타나야 한다.
컨트롤타워와 체계적인 전달체계 구축해야
커뮤니티 케어를 확대하려면 융합적·복합적 서비스를 이용자의 욕구나 권리에 따라 '즉시', '그곳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수의 복합적 기관들과의 연계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논의했던 것 중 하나가 시·군·구별로 설치하는 치매안심센터이다. 즉, 지역 사회 치매 관리와 관련하여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역할 내지 지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어떤 인력이 어느 규모로 배치해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는 어떤 업무들을 수행해야 하는지 등에서 아직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지역치매 관리에서 치매안심센터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금번 커뮤니티 케어 추진 계획에서는 이런 역할을 담당할 기구나 기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역케어회의는 어디에 두는 것인지, 어떻게 관리·운영되는 것인지, 이들의 지위나 기능 내지 권한은 무엇인지 등도 명확하지 않다.
노인 분야의 커뮤니티 케어는 치매와 상당 부분에서 중첩된다. 더군다나 우리의 노인복지서비스 체계는 사업의 종류도 복잡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도 그 종류별로 각각 다르다. 예컨대 치매로 의심되는 어느 노인이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자신이 사는 동사무소에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했다고 가정해보자. 치매안심센터나 동사무소, 건강보험공단, 동사무소, 지역케어회의 등에서 핑퐁 게임을 해야 한다. 여기에 종래의 의료·복지 관련 기구나 사회보장전달체계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 꼬인다. 한 마디로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커뮤니티 케어에서는 그 사람의 욕구나 상태에 적합한 Care-Pass for Community를 실현하기 위한 입체적(종적·횡적) 관리 및 지원 체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연계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강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즉, 읍·면·동 사무소의 돌봄종합창구 외에도 시·군·구 내지 광역 시·도와 연결되는 모형이나 민관협의기구, 서비스제공기관 등과의 전달 체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 안에 반드시 컨트롤 타워도 설정해야 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의 관계 정립도 검토해야 한다.
커뮤니티 케어, 주체는 커뮤니티와 주민
커뮤니티 케어에서는 커뮤니티와 그 커뮤니티에 속한 주민이 주체가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주체가 함께 주관하는 세미나나 공청회 등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지역이 가진 특성이나 주민의 다양한 욕구가 고려 또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면 정책 실행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영국이나 일본 등에서 커뮤니티 케어는 지자체의 권한과 지역 주민의 책임이라는 전제 하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쳐 왔다. 한국 정부도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과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게 분명하면서도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며,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자원과 주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모형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 정부에 많은 권한과 책임을 이양해야 한다. 치매 국가책임제의 구체적인 준비와 점검의 몫은 지방 정부에 주어져 있다. 지역은 각 지역이 가진 실정과 특색을 고려한 치매 대응 모델을 만들어내고 보건의료, 복지, 주거환경, 법률, 재활, 고용 등과 같은 직접적 자원뿐만 아니라 교통, 치안, 안전, 교육, 금융, 일반시민 등 비공식적이고 간접적인 자원에 이르는 모든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일정한 역할을 감당하게 함으로써 더 안전한 사회, 보다 품격 있는 사회, 공동체의 의미가 강조되는 사회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뒤따를 때 비로소 치매 국가책임제 본연의 목적과 목표가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는 커뮤니티 케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누구라도 그 지역 안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커뮤니티 케어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게 바로 인권이 바로 서고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지역 안에서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한 사람의 주민이다. 우리 모두가 다 그렇다.
(장봉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부회장, 사단법인 치매케어학회 회장, 사단법인 복지마을 대표이사, 우석대학교 겸임교수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모든 방법 동원해 국민연금 가입기간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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