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위안부 문제 우회해 "한국이 약속 위반" 여론전

"한일 위안부 합의, 최종적이며 불가역적"

지난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결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 재단'의 해산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는 이미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21일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21일 화해‧치유 재단 해산 결정이 보도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가 간 관계가 안 된다"며 "일본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왔다. 한국에도 책임 있는 대응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3년 전(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이번 재단 해산 조치가 당시 합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역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일본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측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해‧치유 재단의 해산은 사실상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시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시 합의가 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다른 조치와 달랐던 점은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전액 위로금을 지불한다는 것이었고, 이를 집행하는 기관이 화해‧치유 재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거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 입장에서는 2015년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마무리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일본은 국제 관계에서 맺어진 약속을 지키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는 위안부 문제 역시 한국이 먼저 합의를 위반했다고 선전하는 것이 자신들의 논리를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재단 해산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신은 지난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함께 재단 해산 조치까지 나오면서 "냉각된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가 재단의 해산과 관련해 일본 정부와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이 일방적으로 재단에 대한 조치를 발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지난 10월 제주 국제관함식 당시 '욱일기' 게양 논란부터 한국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까지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일 양국 간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불신감이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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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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