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 일본 '억지' 파헤쳐보기

[기고]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국면을 점검한다.

I. 머리말

2018년 10월 30일에 선고된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이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비난이 도를 넘어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물론이고, 국가간의 예의를 무엇보다 중시하며 발언을 절제해야 할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마저 오히려 더 전면에 나서서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식의 거친 발언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타당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하다"라고 지적한 직후에도, 일본 정부는 재외 공관에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라는 주장을 알리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어떤 국제법을 어떻게 위반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끝난 이야기"라고 하는데 주어가 없다.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 무슨 상식인지 설명이 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의 비난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국은 나쁜 나라이다'라는 근거 불명의 흑색선전이다. 이웃나라에 대한 이러한 비난이 과연 '국제사회의 상식'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하면 일본 정부의 주장은 '1930년대 후반 이후 한반도의 인민을 일본 등지로 데려가 일을 시킨 것에 관한 자신의 「청구권협정」 해석이 맞고 한국 대법원 판결의 해석은 틀렸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권리의 범위에 관한 해석의 차이이다. 그것을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으니 가당치 않은 일이지만, 그러한 주장에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까지 동참하고 있으니 검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II. 「청구권협정」에 의해 무엇이 해결되었나?

문제의 핵심은 「청구권협정」의 해석이고, 그에 관한 국제법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이하 '「비엔나협약」')이다.

「비엔나협약」 제31조는 조약 해석의 일반규칙으로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이하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조약의 해석에 관한 당사국의 합의를 확립하는 그 조약 적용에 있어서의 추후의 관행(이하 '추후의 관행')"을 들고 있다.

그리고 제32조는 그러한 일반규칙에 따른 해석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또는 그 의미가 모호하거나 불합리한 경우에 "조약의 준비작업 및 조약 체결시의 사정" 등 "보충적 수단"에 의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법'에 비추어 볼 때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은 무엇인가?

▲ 1965년 12월 18일 서울에서 한일협정 비준서를 교환하는 두 나라 외상. ⓒ연합뉴스

1. '문언의 통상적 의미'

「청구권협정」은 그 제1조에서 일본국이 대한민국에 대해 무상으로 3억 달러에 해당하는 "일본국의 생산물 및 일본인의 용역"을 공여하고 장기 저리의 차관으로 2억 달러를 공여한다고 규정하고, 제2조에서 한일 양국과 그 국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대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매우 강한 표현들이다.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고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고 했으니, 언뜻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문언의 통상적 의미'라는 국제법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청구권협정」은 모든 청구권을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일괄처리협정'이므로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청구권협정」의 '문언의 통상적 의미'는 결코 명확하지 않다. 「청구권협정」에서는 해결되는 것이 그저 '청구권'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어디에도 청구권의 원인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거청산과 관련하여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조약들에서 대상이 되는 권리의 원인이 명시되어 있는 것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예를 들면, 「일본국과 중화민국 간의 평화조약」(1952.4.28.)은 그 전문에서 "양자 사이의 전쟁상태의 존재의 결과로서 발생한 문제들의 해결"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일본국과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의 공동선언」(1956.10.19.)도 "일본국 및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1945년 8월 9일 이래의 전쟁의 결과로서 발생한 각각의 국가, 그 단체 및 국민의 각각의 타방 국가, 그 단체 및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을 상호 포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반해 「청구권협정」에는 해결되는 권리의 원인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어떤 권리가 해결된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해결된 권리의 원인이 규정되어 있지 않으니, '모든' 권리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는가? 법적 합의는 그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는 법상식에 비추어 그러한 해석은 애당초 무리이다. 게다가 「청구권협정」의 경우 그렇게 해석할 수 없는 특별한 이유도 존재한다.

그 이유는 「청구권협정」과 함께 체결된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제2조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의 해석의 차이에서 확인된다. 「기본조약」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이 조문에 대해 한국 정부는 "대한제국과 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은 "과거 일본의 침략주의의 소산"이므로 "당초부터" 무효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에 반해 일본 정부는 그 조약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체결되었"으므로 원래는 효력이 있었으나 한국이 독립한 "1948년 8월 15일에 실효했다"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요컨대 한국 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35년간에 걸친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강점'이 되는 것이고, 일본 정부의 해석에 따르면 '합법지배'가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일제에 의한 한반도 지배와 관련하여 해결되어야 할 권리의 범위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권리가 해결되었다고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청구권협정」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과거청산과 관련하여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조약들과는 달리, 대상이 되는 권리의 원인에 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언의 통상적 의미'만으로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무엇이 해결되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2. 추후의 관행

그에 반해, 「비엔나협약」 제31조에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함께 조약 해석의 1차적인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는 '추후의 관행'에 비추어보면,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권리의 범위가 명확하다.

「청구권협정」 체결 직후의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영토의 분리・분할에서 오는 재정상 및 민사상의 청구권"일 뿐이며, "식민지적 통치의 대가"는 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본측도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되는 것은 "우리나라에 의한 조선의 분리 독립의 승인에 따라, 일한 양국간에 처리를 할 필요가 있게 된 양국 및 양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일 양국 정부는 이후 지금까지 그 주장을 바꾸지 않았다.

따라서 '「청구권협정」은 한반도가 일본으로부터 분리‧분할됨으로써 발생한 재정상 및 민사상의 권리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라고 보는 것이 "조약의 해석에 관한 당사국의 합의를 확립하는 그 조약 적용에 있어서의 추후의 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분리‧분할'은 하나의 영토가 둘로 나뉘어졌다는 의미로서, 분할 전의 영토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 오히려 그 합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청구권협정」이 일본 정부가 주장한 법적 근거가 있는 문제의 해결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의 한국 정부가 「기본조약」에서의 '불법강점'이라는 주장을 「청구권협정」에서까지 관철시킬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청구권협정」이 「일본국과의 평화조약」(통칭 샌프란시스코조약)의 틀 안에서 체결된 것이라는 사정과도 관련이 있다. 「평화조약」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처리를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조약의 주요 당사국들이 과거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사정도 있어서, 식민지 지배에 따른 문제를 그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따라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청구권협정」에도 "식민지적 통치의 대가"는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권리의 원인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의 '추후의 관행'은, 일제에 의한 한반도 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불법행위, 즉 강제동원을 비롯한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하여야 한다.

III. 강제동원, 징용공, 한반도 출신 노동자,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국제법에 따른 「청구권협정」 해석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즉, 대법원 판결은 조약 해석의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선고했다.

여기에서 대법원 판결이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선행 판결인 2012년 5월 24일의 대법원 소부 판결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일제가 1930년대 후반 이후 한반도의 인민을 일본 등지로 데려가 일을 시킨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강제연행‧강제노동이라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2012년 판결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불법적인 지배로 인한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그 효력이 배제된다고 보아야 한다"라는 전제 위에서, '징용'의 법적 근거인 일제의 「국가총동원법」 및 「국민징용령」에 근거한 법률관계의 효력을 부정하고, 원고인 피해자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한 것을 불법행위인 강제동원이라고 보았다. 요컨대 대법원 판결이 배상해야 한다고 선언한 대상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강제동원'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대법원 판결과 일본 정부 사이의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 언론도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으며, 애써 '징용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 전제는 한반도의 인민을 일본 등지로 데려가 일을 시킨 것은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 등의 법령에 근거한 합법적인 '징용'이었고, 따라서 결코 '강제'된 것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일본 정부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은 번지수가 틀린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A(강제동원)가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하는 데 대해, 일본 정부는 'B(징용)가 해결되었는데 무슨 말이냐, 국제법 위반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 위반' 운운하기 이전에 먼저 '강제동원' 문제가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되었다는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 만일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라면 해석의 차이가 확인된다. 만일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면 표적을 벗어난 비난을 멈추는 것이 예의이다.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하여 덧붙이면,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징용공' 대신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는 것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강제동원'이 불법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상황에서 '징용공'이라는 표현도 자칫 '강제'의 혐의를 쓸 수 있다는 생각과 원고들이 '징용'도 아니고 '모집'에 응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강제'가 아니라고 주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모집도 징용과 마찬가지로 식민지의 억압상황에서 일제 정부의 개입 아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 노동의 실체가 명백히 강제노동이었다는 점에서 강제동원에 해당되는 것이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하나 더 덧붙이면, 한국에서는 '강제징용'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으나, 적어도 법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제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불법적인 노동과 함께 합법적인 노동이 있다는 것이 전제되는 것처럼, 강제징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불법적인 징용과 함께 합법적인 징용이 있다는 것이 전제되게 되는데,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징용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강제동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IV. 대법원 판결과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 결정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과 관련하여 2005년 8월 26일에 한국 정부가 한일회담 관련 문서를 전면공개하면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민관공동위원회'의 결정(이하 '「2005년 결정」')을 통해서 밝힌 강제동원에 관한 입장도 짚어야 한다.

일본 정부 등의 비난의 중요 논거 중 하나가 '「2005년 결정」에서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했는데, 대법원 판결이 그와 다른 선고를 했으니 문제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2005년 결정」에는 "한일협상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의 법적 배상・보상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고통받은 역사적 피해 사실'에 근거하여 정치적 차원에서 보상을 요구하였으며, 이러한 요구가 양국간 무상자금산정에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무상자금 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불충분했기 때문에, "도의적・원호적 차원과 국민통합 측면에서 정부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고 적혀 있으며, 이것이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되었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읽힐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선 「2005년 결정」은 법적인 엄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청구권협정」 등 1965년의 일련의 조약에는 '징용'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뿐, 그 어디에도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징용'과 '강제동원'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구별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청구권협정」에 등장하지 않는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청구권협정」의 무상 3억 달러와 연결지을 때에는 추가적인 설명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데, 그것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음으로, 「2005년 결정」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일본 정부‧군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있"다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그 판단은 「청구권협정」이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중략) 한일 양국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대전제에 이어서 나오는 것이므로, 문맥상 그 "불법행위"에 대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는 이유는 그것이 "식민지배 배상"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식민지배 배상"에 관한 것임이 명백한 '강제동원'의 경우에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2005년 결정」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단을 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에 "정치적 차원"에서 반영되었고 그래서 한국 정부는 "도의적 차원"에서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을 뿐, 그것이 '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법적'인 판단을 선언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요컨대, 「2005년 결정」은 '징용'으로 표현해야 할 부분을 '강제동원'이라고 잘못 표현했다는 점에서 법적인 엄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한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2005년 결정」은 어디까지나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정치적 차원'‧'도의적 차원'에서 판단한 것에 불과하다.

「2005년 결정」에서 유보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한 것이 대법원 판결인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이야말로 조약에 대한 최종해석권을 가지는 기구이므로 대법원 판결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대한민국의 '법적 판단'인 것이다.

V. 회담의 경위

일본 정부 등의 비난의 또 다른 근거는 한일회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청구권협정」을 체결해놓고 이제 와서 한 입으로 두 말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한일회담 관련 문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다른 국민을 강제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입힌 피징용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 등을 언급한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역시 대법원 판결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것은 14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며 7차에 걸친 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교섭 담당자가 한 말에 불과하며, 한일 양국 모두 회담의 국면에 따라 발언을 거듭거듭 바꾸는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발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비엔나협약」에 따를 때, 위의 언급 등은 어디까지나 일반규칙에 따른 해석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또는 그 의미가 모호하거나 불합리한 경우에 "보충적 수단"으로만 동원되어야 할 2차적인 기준일 뿐이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1차적인 기준인 '추후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미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권리의 범위가 명확하게 특정되므로 보충적 수단을 동원할 필요는 처음부터 없는 것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VI. 맺음말

현재의 국면은 무엇보다 '법적'이다. 대법원 판결은 적어도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한다. 피해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에 대해 손해 배상의무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고, 일본 기업이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은 그 신청에 따라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가 대신 보상을 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 제3조 제1항에 따라 해석상의 분쟁에 대해 한국 정부에게 외교적 경로를 통한 해결을 요청할 수 있고,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제3조 제2항 이하의 중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중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청구권협정」 위반으로 제소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는 강제관할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법적 조치는 취할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과 정부의 기금을 통해 보상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화해하는 방법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본 기업과 정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할 때 가능한 방법이며, 일본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화해까지 사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

동시에 현재의 국면은 매우 '역사적'이다. 일제에 의한 35년간의 한반도 지배가 무엇이었는가 라는 문제, 그것이 불법강점이었는가 아니면 합법지배였는가라는 문제는, 진정한 한일우호를 위해 반드시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이다.

한일 양국은 1965년에 그 문제를 덮었다. 이후 각자 다른 주장을 하면서 얼버무려 왔다. 2018년의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은 더 이상 그렇게 넘어갈 수 없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집행의 가능성이라는 구체적인 현실 속으로 그 문제를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과제로 소환한 것이다.

1945년의 강점 종료 이후 70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1990년대 초부터 계산하더라도 30년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피해자들과 그들의 호소에 공감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전세계의 시민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역사이다. 한일 양국 정부는 이 역사의 무게를 깊이 새겨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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