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민연금 재정추계 자문위원회 권고안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보건복지부가 마련해 온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을 검토한 뒤 "그동안 수렴해온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하되, 국민의 의견이 더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국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정부안을 마련한 뒤 기자설명회, 국민 공청회 등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국민께 설명드리고,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가져온 안이 현재 국민이 생각하는 개혁 방안과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며 "단순한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적인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거듭 "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이 가장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보험료 인상 부담을 최소화하면 소득대체율은 낮아져도 상관 없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 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크게 세 가지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연금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2028년까지 45%에서 단계적으로 40%로 떨어뜨리기로 한 현행 소득대체율 규정을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현행 9%에서 15%까지 올리는 방안이다. 나머지 두 방안은 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하고, 연금 수령액을 인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대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안, 소득대체율을 아예 50%까지 끌어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안이다. 또 국민연금만으로 부족한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에 사실상 반대하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보험료율을 인상하지 않으면 대선 공약을 제대로 지킬 수 없고, 여론 악화를 우려해 보험료율을 그대로 두고 공약을 지키자니 일종의 '증세' 논의를 회피하게 된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연금 내부에 안고 있는 재정 불균형의 문제를 직시해야 문제의 해법도 나오는데, 대통령이 국민연금 문제를 정면으로 진단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한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면 보험료율 인상은 당연한데, 보험료율 인상을 재검토하라는 현재 대통령의 인식으로는 연금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에서도 현재 보험료가 부족하다"며 "대통령이 보험료율 인상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책임지지 않으면, 연금 개혁 논란은 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로 9%로 고정돼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보험료율인 21%보다 절반 이상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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