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재 수혈에도 공직사회는 '불변'…왜?

[기고] 건전한 공직사회, 국가 발전 토대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은 젊은이들의 꿈이 되었다. 그 결과 많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공직사회에 대거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직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 뛰어난 젊은이들은 공직사회에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동색으로 관행에 깊이 동화되어 포섭되고 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왔다. 그러나 관료 부문에 있어서는 효과적인 통제 제도가 마련되지 못한 채, 기득권과 관행 그리고 이에 따른 각종 비리와 무사안일 풍조가 여전히 만연하다.

정부의 정책과 조치는 대부분 공무원 조직을 경유하여 국민과 접촉하게 된다. 지금 정부가 아무리 목청껏 개혁을 얘기해도 정작 그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의 요인이 있다. 그런데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정부와 국민 사이에 ‘간극’으로 위치해 있는 이 관료집단의 존재이다. 새 정부의 의지는 번번이 관료 세력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좌초되었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말단 관료조직에는 구시대적 관행이 강력하게 온존한다.

구태의연한 관료조직을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도록 정돈하고 개혁해내지 못한다면, 새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은 결국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감사시스템이 운용되어야 비로소 ‘근대 국가’다

기본적으로 관료조직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감독은 제도화된 감사 시스템에 의거해야 한다. 효과적인 감사 시스템의 존재야말로 건강한 국가 공직사회의 필수적 전제 조건이다.

감사 시스템이란 한 마디로 관료집단이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중요하고 핵심적인 국가제도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 직속의 감사원이나 각급 기관에서 전문성도 없이 순환근무하면서 자체 ‘감싸주기’ 감사로 전락된 시스템에서 진정한 감사가 존재할 수 없다. 감사원은 미국의 회계감사원이나 독일 및 프랑스의 감사원과 같이 반드시 독립 조직으로 설치되어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공공 기관에 대하여 1년 내내 상시적으로 감사와 사업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그 어떤 이슈도 세상이 뒤집어질듯 하다가 며칠 혹은 몇 주일만 지나면 모조리 유야무야, 흐지부지된다. 국회나 언론도 그때뿐이다. 온통 인기와 이슈에만 편승하고 추종하는 행태나 임시방편의 대증(對症) 요법만 난무한다. 그러니 언제나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시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정확한 제도와 조직이 운용되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독립적 감사원 시스템이다. 그리해 공공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에 준하는 감사와 철저한 자료제출 시스템, 감사보고서의 완전한 공개 그리고 감사원장 임기의 연장 등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감사 시스템을 도입하고 강화해 국제 기준에 부합시켜야 한다.

‘정상적인’ 감사 시스템이 결여된 국가를 정상적인 ‘근대 국가’라 칭하기 어렵다. 우리로 하여금 아예 할 말이 없게 만들고 있는 대법원의 비정상적 행태부터 이름만 공정한 공정위의 무소불위 전관예우, 근무시간에도 수시로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공무원들 그리고 온 국민을 경악시키고 있는 유치원의 갖가지 비리들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러한 전근대적이고 탐욕적인 현상들은 사실 이런 제도적 결여로부터 연유한 것들이었다.

고시제도 혁파 없이 관료개혁 없다

최근 이재정 의원의 국감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예산으로 해외 유학을 간 국가직 공무원 1538명 중 4급은 651명, 5급은 501명으로 전체 74.9%를 차지했다. 6급 이하는 386명이었다. 해외 유학을 간 국가직 공무원들의 평균 나이가 40세에 불과한 점을 감안한다면, 고시 출신, 즉 5급 공채 출신이 아니고서는 40세 전후에 해외 유학을 가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유학을 간 4~5급 국가직 공무원들은 거의 대부분 고시 출신으로 볼 수 있다.

돌이켜볼 때, 만약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이래 하나회 척결이 없었다면 정치군인 집단을 청산해내기 어려웠다. 지금 관료집단에서 주류 혹은 지배집단으로 군림하는 조직은 바로 고시 출신 집단이다. 이 고시 출신 집단이 기수(期數)별로 계급화함으로써 마치 군대 내 하나회처럼 조직 내부에서 지휘조직화하여 조직을 장악하면서 구시대적 관행인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재생산해온 지 이미 오래되었다. 고시제도는 이러한 관료조직 내 지휘부 재생산의 확고한 기제였다. 그러므로 관료 개혁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시제도라는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단기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점진적 축소 과정을 통한 최종적 해소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해결의 열쇠는 관료지배구조 개혁과 감독 시스템 구축에 있다


한 국가의 건강한 발전은 건강한 공직사회를 그 토대로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단히 우수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직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간 정체되었던 공직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관료 개혁이란 정밀하고도 끈질긴 전략과 전술이 요구되는 과제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의 열쇠는 바로 공직사회의 지배구조 개혁과 관리감독 시스템의 정상화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해 관료조직 지배 구조의 재생산 기제인 고시제도는 선결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한편 건강한 공직사회란 ‘정상적인’ 감사시스템의 토대 위에서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촛불시민이 요구했던 바의 ‘나라다운 나라’를 작동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다.

차제에 이러한 방안을 포함해 효과적인 관료개혁 수행 방안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정교하게 실행할 ‘과제수행팀’의 가동을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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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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