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한국당, 그 '보수통합'은 틀렸다

[최창렬 칼럼]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가 "당헌·당규와 상관없이 전권을 가졌던 2012년 비상대책위가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였다"며 '한국당의 침몰' 원인으로 경제민주화를 지목했다. 2012년 당시는 물론 현재 및 향후의 시대정신이자 민주주의의 실질적 정착의 핵심 가치인 경제적 민주주의와 '진보적'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를 드러냈다.

'보수 통합' 추진을 위한 나름의 이념 재정립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인식에서 권위주의 시대의 경제운용방식으로 회귀하려는 시대정신의 역행을 본다. 박근혜 정권의 집권세력으로서의 역사적 책임의식과 일말의 반성은 찾을 수 없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전제될 때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와 민심 이반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심각한 난독증에 빠져있다.

한국당이 내세우고 있는 보수통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들은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정당화하고자 안보 이데올로기를 정권의 방패로 치부한 이념을 보수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세기사적 전환을 유신의 냉전적 반공주의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국민의 70% 이상이 지지와 동의를 보내는 남북관계 발전 등 평화, 안보의 포괄적 지형 변화를 자신의 기득권의 잠식으로 받아들이더니 급기야 경제민주화를 반시대적 강령으로 인식하는 몰역사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평가하는 한국당의 인식은 논리적 정합성을 결하고 있다. 서구적 의미의 보수와 진보는 국가와 시장과의 관계에서 출발했으며, 우파와 좌파는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함으로써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의 균형을 유지하는 지렛대로 기능했다. 보수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맥락에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박정희가 추진한 산업화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편법과 탈법을 동원하여 추진한 관료적 권위주의의 전형이었다. 성장지상주의는 불의한 정권의 방패로 악용됐으며, 민주주의는 소모적이고 논쟁적이며 거추장스러운 치장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민주화와 노동운동 등은 친북과 용공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되고 억압되었다.

이러한 군사권위주의에서 배태된 기득권 동맹이 지금의 한국보수의 기원이다. 개발독재 시절 군부·관료·재벌의 삼각동맹에서 발원한 기득세력은 시장보수와 안보보수 등의 수구는 '보수'라는 이름으로 미화됐다. 지성적이고 냉철한 역사의식과 현실인식의 바탕 위에서만이 보수의 결집과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역사인식의 실종은 박근혜의 탄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참회와 반성의 부재를 결과한다. 한국당에게 역사를 마주하는 용기와 절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시대흐름을 역행하는 인식은 가히 역대급이다. 차기 총선을 의식한 '보수 통합'을 내걸고 있지만 통합은 과거에 대한 반성의 토대에서 가능한 작업이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정확한 가치지향과 성찰이 전제될 때 비로소 혁신의 단초를 열어갈 수 있으며, 전통 보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토대위에서 반헌법적 탄핵 반대 세력은 시민사회의 선택에 의해 퇴출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친박·비박 타령과 전향적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전무한 정당의 인적쇄신은 어떠한 정치공학적 잣대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제1야당의 시대역행적 행태는 정당체제 내의 공정하고 생산적 경쟁을 소멸시키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에 대한 입법과 제도화의 성과 없이도 압도적 정당지지율을 구가한다. 국민은 한국당의 수구적 퇴행으로 정당간의 정상적 게임이 실종된 지금의 정치판에 기대를 접었다. 한국당은 언제 변하려는가.

한국당은 시대정신의 당위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집권세력으로서 반성하고 한국사회의 지향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욱 진보적인 가치로 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고목나무에서 새 싹이 돋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어차피 21대 총선에서 주권자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한국당은 언제 변하려는가. 한국당의 책임이 참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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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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